"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는데 훈장까지 주셔서 감사하고 기뻐요. 한국인 연주자로서 책임감을 더욱 느낍니다. "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4 · 사진)의 소감이다. 백씨는 2000년에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기사 훈장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며 연주를 섬세하게 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며 "아직도 숙제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연습을 해도 지칠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음악에 대한 태도와 연주자의 인간성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연주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연주자들과 공연하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7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지난해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김태형씨 등 20대 연주자들과 연주회를 가졌다. "사실 피아노 연주를 가르친다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어요. 연주자는 자신의 언어를 스스로 찾아가야 하죠.레슨이 큰 도움을 주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신예 연주자들의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인기를 얻으려 하지 말고 항상 작품을 새롭게 보려고 해야 합니다.

그는 오는 13~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에서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백씨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15세 때 미국 드미트리 미트폴로스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했는데 당시 연습하는 모습을 본 레너드 번스타인이 콩쿠르 관계자에게 저를 눈여겨보라고 했다"며 "그 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아 줄리아드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