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줄기세포 찾아 집중공격…표적 치료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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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항암제 어디까지
美GSK, 유방암 치료제 개발 중
CHA의과대, 뇌종양 연구 진행
美GSK, 유방암 치료제 개발 중
CHA의과대, 뇌종양 연구 진행
죽지 않고 뻗어만 가는 암에는 별도의 암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정상세포가 암줄기세포로 변하는 과정과 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암은 유해물질과 잘못된 생활습관 등이 누적돼 정상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 강한 저항성을 갖고 일단 완치된 뒤 수년 후에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현상은 특정 유전자만의 돌연변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런 의문 속에서 등장한 게 암줄기세포설이다. 첫 번째는 각종 암마다 별도의 줄기세포가 존재하며,특정요인에 의해 암줄기세포가 출현해 암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두 번째는 일반 종양세포가 잘 죽지 않는 줄기세포의 성질을 획득해 계속 분화하면 암이 된다는 설이다.
마이클 클라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04년 8월 실리콘밸리에 암 치료제 전문개발회사인 '온코메드'를 설립하면서 암줄기세포의 상업적 가능성이 부각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007년 12월 온코메드를 14억달러에 인수 · 합병(M&A)했다. 유방암에서 암줄기세포를 분리해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3년여 전부터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차혁진 CHA의과학대 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어떤 세포든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줄기세포가 생겨날 수 있고 이게 암을 만든다는 쪽에 초점을 두고 뇌종양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미 백혈병,골육종,대장암,뇌종양(성상세포암),뇌 및 척추종양 등이 각각 혈액줄기세포(조혈모세포),간엽줄기세포,장줄기세포,뇌신경줄기세포,태아유래줄기세포에서 파생된다는 게 입증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CHA의과학대는 한국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뇌암줄기세포의 줄기세포 성향을 유지하려는 특이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해 강제적으로 뇌암줄기세포를 뇌종양으로 분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성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항암제를 투여,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김형기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이미 분화된 정상 뇌세포(성상세포)에 있는 세포분화억제인자(Id4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인자(사이클린E)의 발현이 증가해 정상세포가 종양세포의 특성을 지니게 되고,동시에 뇌신경줄기세포의 성향을 유지케 하는 신호(Jagged1-Notch)가 활성화돼 암줄기세포로 바뀌는 과정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규명해 2008년 8월 발표했다.
남도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암환자의 암조직 중 극소수에 불과한 암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해 이를 면역 결핍된 쥐에게 이식해 암에 걸린 실험동물용 쥐(일명 아바타 마우스)를 만든 다음 어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효과적인지 선별해내는 개인맞춤형 암줄기세포 표적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남 교수는 "암줄기세포는 고형암에선 아직도 연구가 미비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빈번한 암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써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줄기세포
여러 종류의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세포를 말한다. 미분화 상태에 적절한 조건을 맞춰 주면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될 수 있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에 활용된다. 크게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와 미분화 능력이 남아 있는 기존 세포(골수 탯줄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암줄기세포는 암을 만드는 별도의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따른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