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입장료가 4만원이나 됩니다. 기름값과 인천공항고속도로 이용료(1만5000원),점심값까지 합하면 10만원에 육박하는데 갤러리가 받는 대우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아요. "

국내에서 열린 미국LPGA 투어인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굴지의 은행에서 주최한 미국LPGA 투어가 입장료를 비싸게 받은 반면 서비스는 기대 이하라는 지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회의 총 경비가 6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상금(180만 달러 · 20억여원)과 선수 초청료(10억원)를 감안하더라도 30억원 정도가 더 들었다. 그런데 갤러리 스탠드 같은 시설물에 쓸데 없이 돈을 많이 들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적인 예가 1 · 9 · 18번홀에 마련된 갤러리 스탠드와 18번홀에 있는 2층짜리 VIP 라운지다. 한 갤러리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데 방해가 되는 시설물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은 이유를 모르겠다. 입장료를 낮추는 게 백배 나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흘 간 치러진 대회에 지붕까지 갖춘 대규모 갤러리 플라자를 마련한 것도 과잉 투자 사례로 꼽혔다. 갤러리 플라자는 협찬사 홍보물과 제품 전시 공간으로 채워졌고 화장실 놀이방 같은 갤러리 편의시설은 부족했다. 갤러리 플라자의 음식도 도마위에 올랐다. 여섯살짜리 아들과 구경온 한 갤러리는 "5000원짜리 밥이 냉동식품을 해동한 건지 너무 딱딱했다"며 갤러리 편의를 도모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불평했다.

갤러리는 많았지만 십중팔구 초대권 소지자였다. 입장권을 산 갤러리에게는 모자와 비닐 쇼핑백 제공이 전부였다. 험상궂은 경비 인력이 클럽하우스나 코스 주변에서 내뱉는 '서세요' '조용히 하세요' 같은 고압적 말투도 갤러리들의 불만 대상이었다. "좋은 대회를 보러 왔다가 강압적인 분위기에 기분을 망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최근 국내 골프대회는 운동회처럼 흥겨운 잔치마당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해외 유명 선수가 출전한다는 것 외에는 감흥이 없었고 갤러리는 뒷전이었다. 하드웨어(미국 LPGA투어)는 좋았지만 소프트웨어(서비스 정신)는 형편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진수 문화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