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서울시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23년 1월 12일 공연이었고, 그가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이 2년 동안 츠베덴과 서울시향은 많은 공연을 함께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내가 들어본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공연은 만족스러웠던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한 공연에서 상반된 인상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도 그랬다.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에서 독주를 맡은 사람은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콘래드 타오였다. 그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 연주자이며, 나 역시 그의 연주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셈여림을 폭넓게 구사하면서 명료하고 생동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악장마다 활기(1, 3악장)와 애수(2악장)를 적절한 수준으로 표현했다. 다만 1악장 카덴차처럼 다소 표현이 과격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앙코르로는 해런드 알런의 ‘오버 더 레인보우’를 재즈 피아니스트 아트 테이텀의 편곡 버전으로 연주했는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한층 자유분방한 연주였고 타오 자신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에 약하다는 것이 나를 포함해 적잖은 음악 애호가들의 오랜 의견이었는데, 다행히도 서울시향은 그런 선입견을 성공적으로 타파하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근래의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보면 다소 무겁게 들리기는 했지만 매끄럽고 잘 짜인 반주로 독주를 뒷받침했다. 전체적인 균형감도 훌륭했고, 특히 3악장은 목관의 적절
"일단 해봐라. 가슴 속에 요만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더 고민하지 말고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지난 7월 첫발을 내디딘 '꿈의 극단'의 홍보대사를 맡은 극단 '여행자'의 연극배우 김기분(43)은 지난 4일 이같이 말했다.'꿈의 극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사업 ‘꿈의 예술단’의 연극 부문 프로젝트다. 2010년 발족한 '꿈의 오케스트라'와 2022년 시작한 '꿈의 무용단'에 이어 올해 처음 시범 운영에 도입했다. 이순재, 최정원, 전미도와 창극 스타 김준수와 김수인 등 잔뼈 굵은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극단 여행자와 같은 경험 풍부한 창작진들이 홍보대사 겸 멘토로 참여했다.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극단 '여행자'의 단원인 김 배우는 경력 24년 차의 베테랑 연극배우다. 극단 '여행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극단이다. 지난 2012년에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 글로브 시어터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재창조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김 씨가 맡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은 '꿈의 극단' 단장. 아이들이 직접 공연 제작, 대본 리딩 등 공연 창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진행했다.김 배우가 이번 프로젝트에 앞장서게 된 이유는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교육에 뜻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배경에는 자신이 학창 시절 몸소 경험한 고민이 있었다. 김 씨는 "배우를 꿈꾸며 진로를 고민하던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리며 배움
영어로 블리츠(Blitz)는 전격전, 맹공격, 집중 폭격을 뜻한다. 독일어로 블리츠크릭(Blitzkrieg)이며 나치 히틀러의 런던 대공습 작전을 가리켰던 말이다. 런던 대공습은 일반명사가 됐다. 이 공습은 1940년 9월 7일에 시작돼 57일간 이어졌으며 매일 1천 대의 독일 폭격기가 런던 상공에 나타나 폭격을 이어갔던 역사를 말한다. 민간인 4만 명 이상이 죽었고, 15만 명 가까운 시민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런던은 초토화됐다. 매일 10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방공호와 가까운 지하철 정거장에 피신해야 했다.히틀러는 이 공중 폭격을 통해 1) 일격에 처칠로부터 항복을 받아 내려 했고 2) 러시아 침공 작전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처칠은 그 유명한 담화인 ‘침착하게 일상을 유지하라(Keep calm and carry on)’를 발표하며 절대 항복하지 않았고 영국 지도부를 믿은 시민들 역시 일체의 동요 없이 두 달 간의 폭격을 견뎌냈다.영국의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이 만든 영화 ‘런던 공습(Blitz)’은 바로 이 시기의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스티브 맥퀸을 가리켜 왜 굳이 흑인 감독이라며 인종을 밝히는 이유는 그가 이번 전쟁영화를 통해서도 흑인의 정체성을 비롯해, 인종 문제와 계급 문제를 내용 안으로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재앙에 가까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인간을 결집하는 것은 놀랍게도 (인종 문제 같은) 작다면 작은 차이들을 딛고 일어서는 것,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게 하고 연대하게 하며 더 크고 더 가공한 적에 맞서 싸울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스티브 맥퀸은 아마도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며 우리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