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세계 주요국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브레턴우즈 체제)에 합의한 후 다음의 내용이 들어 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930년대 이래의 각국 통화가치 불안정,외환규제,통화가치 평가절하 경쟁 등을 막고 국제 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당시 최대 경제국이었던 영국은 회의 전부터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의 경상수지 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를 두자고 주장했다. 이른바 '경상수지 관리제'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성명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6년이 흐른 지난달 22~23일 대한민국 경주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환율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경상수지 관리제'와 '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 경쟁 지양'등에 대한 대타협을 이뤘다. 이를 두고 회의에 참석했던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국제업무관리관)는 "66년 전 브레턴우즈 때와 결론만 다를 뿐 당시 논의 내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합의로 글로벌 환율전쟁은 일단 '휴전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주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3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분수령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2차 양적완화(유동성을 푸는 것)에 나설 예정인데,이를 계기로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곧 아시아 통화나 유로화 등 상대국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주 회의에서도 독일 재무장관이 벤 버냉키 미 FRB 의장을 앞에 두고 "유동성을 늘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환율을 간접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번 주 국내 경기지표로는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1일 나온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압력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변수인 만큼 어떤 수치가 발표될지 관심이다.

현재로선 물가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내에서도 10월 물가 상승률이 9월(3.6%)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최근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채소값 급등이 9월보다 10월 물가에 더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조사는 매달 5 · 14 · 23일이 끼여 있는 주(週)의 하루를 잡아 총 세 차례 이뤄진다. 배추값이 가장 비쌌던 때는 9월 마지막 주와 10월 첫째 주였다. 9월 마지막주(27~30일)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만큼 배추값 폭등은 9월 물가보다는 10월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채소값이 지금은 많이 떨어졌지만 월 평균으로는 9월보다 높아 10월 지표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체감물가보다 지표물가가 높게 나오는 착시현상도 일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또 '10월 수출입동향'(1일),'10월 말 외환보유액'(2일),'최근 경제동향(그린북)'(4일) 등이 나온다. 국회는 내년 예산안과 쟁점 법안의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3일부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를 벌인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