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28일 3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이후 D램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떨쳐낸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성적표다.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전자 부품 업체는 하이닉스뿐만 아니다. 29일 실적을 발표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실적을 내놓은 LG디스플레이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불황을 무색케 하는 성과다. 업계는 3분기 한국 업체들의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LCD 점유율이 50%를 돌파하는 등 일본 대만 후발 업체들과의 격차를 확대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점유율 60% 돌파 기대

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3조2500억원,영업이익 1조112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속에도 전 분기와 비슷한 매출을 올렸고,두 분기 연속 30%가 넘는 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도 30%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대만 파워칩의 영업이익률이 7%포인트 줄어든 13%에 그쳤고 난야,이노테라 등이 적자를 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3분기 한국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세계 D램시장에서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30%대 후반까지 점유율을 높이는 등 국내 업체들이 2분기 56.9%(삼성전자 35.4%,하이닉스 21.5%)에서 3~4%포인트가량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을 2.8%포인트 높였다.

◆점유율 50%대로 늘린 LCD

LCD 시장에서도 한국업체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권영수 사장은 "3분기에 점유율을 2%포인트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과잉 시기는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LCD 매출 역시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27일 실적을 발표한 LCD 세계 3위의 대만 AUO는 매출이 4.4% 줄었고,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10.3%에서 0.19%로 급전직하했다. 이에 따라 2분기 49.9%(삼성전자 26.3%,LG디스플레이 23.6%) 수준이던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3분기에는 3~4%포인트 늘어나 50%를 돌파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9월 한 달간 잠정 실적을 집계하며 삼성전자가 27.0%,LG디스플레이가 25.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삼성SDI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최다 판매량을 달성하며 글로벌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기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용 소형 고용량 적층콘텐서(MLCC) 물량 증가에 힘입어 칩사업 분야에서 27%대의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는 등 한국 부품업체들이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