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3일 경주에서 끝난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환율전쟁 등 첨예한 갈등 이슈에 대해 괄목할 만한 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의장국인 우리에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이제 정상회의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경주합의를 좀 더 구체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율 합의는 당초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선언문에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고 밝힌 것은 '시장 친화적'이라는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 합의보다 진전되고 구체화된 수준이다. 특히 후속 조치로 경상수지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평가토록 한 점이 주목된다. 환율 타협이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물론 이번 합의를 강제할 구속력이 없는데다 가이드라인을 놓고 회원국들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환율전쟁의 종식을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IMF 개혁과 관련, 선진국 쿼터의 6%포인트 이상을 신흥개도국에 이전키로 극적 합의한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 성과다. 지분 이전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유럽이 선뜻 응한 것도 예상밖이지만 이전될 지분을 1%포인트 늘린 것은 IMF 개혁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감대가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다.

경주회의가 합의에 실패했다면 환율전쟁이 서울 정상회의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나 저개발국 지원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타협을 이끌어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의 중재 리더십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등 경주합의의 공감대를 더욱 넓히면서 정책으로 가시화시키는 일이다.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액션 플랜도 필요하다. 정부는 G20 정상들이 경주합의를 구체화해 '서울 선언'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