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국내 증시가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공세를 이겨내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고,저가 매수를 기다리는 개인 자금도 많아 상승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원·달러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물시장의 외국인 태도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4.25포인트(0.23%) 오른 1874.9로 마감했다.장중 한 때 1858선까지 밀렸으나 개인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1345억원을 순매수한 개인은 금융(3052억원) 철강(1178억원)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4조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하루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며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내놨지만 현물시장에선 3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외국인이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1400억원 가량의 매물을 내놨고,하나금융지주 한 종목을 하루동안 1852억원어치 판 것을 빼면 주식 순매수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외국인이 시가총액보다 많이 산 업종과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자동차와 조선주가 포진한 운수장비 업종을 718억원 사들였고,종목 중에선 포털 대장주 NHN을 477억원 매입했다.NHN은 삼성전자(674억원)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2위 종목에 올랐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 증시에 빠른 순환매가 계속되며 투자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외국인이 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는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며 “외국인이 시총 비중 이상으로 사는 업종은 그만큼 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물시장의 외국인은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21일 선물시장에서 개인 1608억원,외국인 1331억원의 순매도에 따라 코스피200 선물 12월물과 코스피200 현물간의 베이시스(가격 차이)는 1.23포인트로 벌어졌다.선물이 더 싸기 때문에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고평가된 현물을 파는 프로그램 차익 매물이 무려 4429억원이나 쏟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상황이라 외국인이 선물을 더 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증권업계에선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연계된 프로그램 매물이 아직 1조원 정도 추가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45포인트(0.47%) 상승한 522.66으로 마감해 지난 1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올랐다.코스닥지수 상승세는 자산운용사들의 순매수 행진이 밑거름이 됐다.운용사들은 코스닥시장에서 7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며 102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01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자산운용사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최근 7거래일 간 운용사들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를 164억원어치 매입해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려놓았다.에스에프에이는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장비업체로 차세대 광원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장비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공동 개발중이다.이 종목은 최근 7일 새 23.21% 올랐다.운용사는 AMOLED 관련주인 덕산하이메탈(75억원) AP시스템(61억원) 등도 대량으로 사들였다.이들 종목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운용사들은 또 심텍(122억원) 휴맥스(90억원) KH바텍(61억원) 등 IT부품·장비주에 집중적인 ‘러브콜’을 보냈다.풍력 대표주 가운데 하나인 태웅(74억원)과 현진소재(60억원),중국 식품주 차이나킹(66억원),바이오주 씨젠(63억원) 등도 운용사 구매 리스트에 올랐다.

전날 미국 증시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경제지표 호조로 상승세를 유지했다.다우지수는 38.60포인트(0.35%) 상승한 11146.57로 마감해 이틀째 올랐다.나스닥지수는 2.28포인트(0.09%) 오른 2459.67을,S&P500지수는 2.09포인트(0.18%) 상승한 1180.26으로 장을 마쳤다.미국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태블릿PC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 판매 확대가 전망되는 삼성SDI를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대우증권은 ㈜LG를 추천 리스트에 새로 올렸다.자회사 LG전자의 주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는 데다 LG화학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다.또 LED 조명 시장 성장 수혜가 기대되는 서울반도체도 추천 종목으로 제시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