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의 행복한 고민 "日 상금왕이냐 美PGA 진출이냐"
"일본투어 상금왕도 해야 하겠고,미국PGA투어 진출도 포기할 수 없고….'

최경주-양용은을 이어갈 한국남자골프의 차세대 주자 김경태(24 · 신한금융그룹 · 사진)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7일 끝난 일본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일본골프투어(JGTO) 상금랭킹 1위가 된 김경태는 내친김에 상금왕까지 노리고 있다. 한국선수가 JGTO 상금왕에 오른 적이 없는데다 상금왕이 되면 메이저대회 초청 등 혜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무대 진출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다. 김대현 노승열 등 후배들이 미국무대를 노크하고 있는 점도 그를 자극한다. 김경태가 미PGA투어에 진출하려고 하면 JGTO 상위랭커 자격으로 퀄리파잉토너먼트 1,2차전은 면제받고 최종전만 응시하면 된다. 비록 '지옥의 문'이지만 올해처럼 좋은 조건도 없다. 김경태는 이번 주와 다음 주 JGTO 대회에 출전하고 내달 첫주 대회가 없을 때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2008년 JGTO에 데뷔한 김경태는 올해 다이아몬드컵과 일본오픈에서 우승하며 JGTO 톱랭커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비해 뭐가 달라졌을까.

"스윙이나 샷이 바뀐 것은 없습니다. 다만 거리가 조금 늘었지요. 드라이버샷을 보통은 280~290야드 날리지만 맘껏 때리면 300야드도 보냅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더 침착해졌다고 할까요. 긴장된 순간에도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지난해보다 좋아진 것 같습니다. "

김경태는 일본오픈 최종일 최종홀에서 2타 리드한 상황에서 1.3m 파퍼트를 차분하게 성공했다. 놓쳤더라면 뒤에서 쫓아온 무토 도시노리와 1타 간격이 됐을 것이고,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경태는 마지막 날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 료와 동반플레이했다. 지난달 한 · 일대항전을 비롯해 이시카와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맞붙어온 터여서 서로 잘 아는 사이.그러나 맞대결 승부는 초반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김경태 말이 재미있다. "15번홀에서 제가 버디를 잡고 선두를 질주하자 이시카와가 '잘 마무리해서 우승하라'고 말하더라고요.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역시 대선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초반 무너진 것은 우승에 대한 부담에 짓눌려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김경태는 JGTO에 합류한 지 3년 동안 단 한 차례 골프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았다. 그것도 캐디(일본인) 잘못이었다. "9월 초 후지산케이클래식 때의 일입니다. 동반자와 제 볼이 벙커에 빠진 후 동반자가 먼저 샷을 했지요. 모래가 울퉁불퉁해져서 제가 샷을 하기 전에 제 캐디가 모래를 골랐어요. 동반자 캐디가 이미 그린 쪽으로 가버린 뒤라 순간적으로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치기 전에 모래 테스트를 한 탓에 2벌타를 받았지요. "

김경태는 18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48위에 자리잡았다. 지난주(63위)보다 15계단이나 오른 것으로 생애 첫 50위권 진입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