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엑센트'…소형차 부활 '시동'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은 다음 달부터 주말 특근을 재개할 계획이다. 소형차 엑센트(프로젝트명 RB)가 출시되면 평일 작업만으로 수요를 다 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전 모델인 베르나의 판매 부진으로 작년 말 특근이 없어진 지 약 1년 만이다.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 현대차 GM대우 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이 성능을 대폭 개선한 소형 신차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점도 값싸고 연비 좋은 소형차의 부활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엑센트 선공에 아베오 반격

현대차는 18일부터 엑센트에 대한 사전 주문을 받는다. 공식 출시일은 다음 달 2일이다. 배기량 1400㏄급과 1600㏄급 두 종으로,차값은 1200만~1500만원(자동변속기 장착 모델 기준) 선이다. 차의 뒷부분이 낮아 역동적으로 보이는 쿠페 스타일이다.

현대차는 소형차의 현재 모델인 베르나의 후속으로,1994년 출시돼 5년2개월간 국내에서만 41만여대 팔린 베스트셀링카 '엑센트'의 이름을 다시 사용키로 했다. 내년 수출모델에도 같은 이름을 쓴다. 주력인 1600㏄급 모델은 아반떼에 적용된 직분사(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ℓ당 16.7㎞의 연비를 낸다. 소형차 중 최초로 △사이드&커튼 등 6개 에어백 △능동형 머리받침 △후방 주차보조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GM대우는 이달 초 파리모터쇼에서 소형 신차인 아베오를 선보였다. 내년 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출시를 앞두고 최근 인천 부평 1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아베오 덕분에 다소 부진했던 부평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베오는 국내에서도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나온다. 종전 모델인 젠트라보다 차체 길이와 폭을 확대해 동급 최대의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엑센트와 같이 1400㏄급과 1600㏄급 두 종류다. 하지만 5도어의 해치백 스타일이란 점이 다르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적용했던 모터사이클형 계기판과 파란색 무드 조명이 독특하다는 평가다.

◆가격 · 연비 앞선 소형차 '관심'

국내에서 소형차 판매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가급적 큰 차를 사려는 소비성향이 굳어져서다. 2007년 이후 판매된 소형차가 현대차 베르나 · 클릭,기아차 프라이드,GM대우 칼로스 · 젠트라 등 5종에 불과할 정도다. 배기량이 1200~1400㏄급인 소형차는 2008년 4만7427대 팔리면서 전체의 4.1%를 차지한 후 작년 2.7%(3만7268대),올 1~9월 1.9%(1만9912대) 등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고,기름값까지 뛰면서 소형차가 다시 각광을 받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매달 1000여대씩 팔리면서 소형차 왕좌 자리를 지켜온 기아차 프라이드는 내년 가을 신형으로 탈바꿈한다. 르노삼성 역시 가장 작은 'SM1' 개발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2%대에서 1~2년 내 4~5% 선으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차 경쟁은 해외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소형차의 천국'으로 꼽히는 유럽은 물론 북미 지역에까지 소형차 붐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엑센트의 중국형(RBc) 및 러시아형(RBr)을 이미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초 미국에 엑센트를 투입한다. GM은 아베오를 내년 상반기 미국에 선보이는 한편 2012년부터는 아예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소형차 전문업체인 독일 스마트는 조만간 미국에 신형 해치백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닛산과 소형차 플랫폼을 도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