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LED 장비업체 비코 "한국에 투자하겠다"
미국 최대 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용 장비 회사인 비코(VEECO)가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오는 25~28일 경영진이 방한하고 3분기 기업설명회(IR)도 한국에서 갖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존 필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비코 임원진이 방한해 경기도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비코 경영진은 27일 장비를 공급한 LG이노텍 파주 LED 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한다.

◆나스닥 상장사가 한국에서 IR

비코는 LED와 태양전지 패널,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대형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로 올 예상 매출은 6억5000만달러(약 7286억원)다. 'VECO'라는 이름으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LED 제조 장비 분야에선 독일 엑시트론과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유기증착화학공법용 핵심 장비 MOCVD(증착기)가 주력 생산품이다.

비코가 한국에서 실적 발표를 하는 것도 한국 IT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 기업이 한국을 실적 발표 무대로 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 개발(R&D) 센터를 짓기 위한 투자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언리미티드에 따르면 올해 82억달러 수준인 글로벌 LED 산업은 2014년께 196억7600만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LED는 노트북,TV 등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각종 조명 장치에도 쓰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 유럽,미국,아시아 주요 전자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IT코리아 커지는 바잉 파워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IT 장비산업의 '큰손'으로 꼽힌다. 반도체만 해도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생산국으로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의 4분의 1을 구입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169억달러 가운데 한국이 약 46억달러를 차지했다. 차세대 광원으로 불리는 LED도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로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외에도 TV와 휴대폰 등의 전자산업이 발달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한 해 구입한 장비와 부품은 61조3000억원으로 2005년 39조8000억원보다 20조원가량 늘었다. 바잉 파워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등 한국 IT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장비 제조업체들에 한국에 생산체제를 갖춰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잉 파워를 무기로 장비 구매 비용을 낮추겠다는 전략에서다.

◆일본,유럽 IT 장비업체도 잇달아 한국행

해외에서 내로라 하는 장비 · 부품 업체들은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JSR마이크로는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선두업체인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의 투자가 늘어나자 한국에 LCD용 소재 연구 · 개발(R&D) 개발동을 신설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코리아를 설립, 충북지역에 6억엔을 투자해 클린룸을 갖춘 시설을 내년 7월까지 짓기로 했다.

또 다른 일본회사인 어드밴티스트는 반도체 패키지 반송장치인 핸들러 공장을 한국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액정 제조업체인 독일 머크사도 올초 한국에 첨단 기술센터 설립을 위해 140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장비 업체들의 진출이 국내 중소기업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승우 KOTRA 글로벌파트너링 담당 과장은 "국내 전자업체들이 바잉파워를 활용,해외 장비 회사들에 한국 내 생산체제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IT 장비 업체와 국내 중소기업 간 제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김현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