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주범으로 지목됐던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전직 최고경영자(CEO)가 6000만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과징금을 내게 됐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였던 컨트리와이드의 안젤로 모질로 전 CEO(71 · 사진)는 사기 및 불법 내부자 주식거래 혐의로 6750만달러(약 75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키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모질로는 사기혐의에 대한 벌금 2250만달러에다 내부거래로 챙긴 불법적인 이익 4500만달러를 반환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상장기업의 임원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 함께 제소된 컨트리와이드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샘볼은 550만달러,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에릭 시어래키는 13만달러의 과징금에 합의했다.

모질로가 합의한 금액은 SEC가 미 상장기업 임원들에게 매긴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로버트 쿠자미 SEC 조사국장은 "모질로는 고위 임원으로서 알게 된 사실들을 투자자들에게 숨겨 고의로 직무를 유기했다"며 "이번 합의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시켜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장본인에게 적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모질로는 이번 과징금에 합의하긴 했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일 열리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해 서둘러 합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모질로는 1969년 창업한 컨트리와이드를 미국 최대 모기지 대출업체로 키워냈다. 그러나 컨트리와이드를 미국 1위 모기지업체로 키우는 과정에서 평균 이하의 신용도를 가진 고객들에게 무분별하게 모기지를 남발해 서브프라임 거품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회사는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