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버디 고작 11명
평균타수 3.63…가장 어려워
"어렵긴 어렵네요. "
내로라하는 남자프로골퍼들이 땅끝마을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한양 수자인-파인비치오픈이 열리고 있는 파인비치GC(전남 해남 · 파72) 15번홀 때문이다.
파인비치GC는 18홀 가운데 9홀이 바다와 닿아있다. 미국의 유명한 페블비치GL을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 15번홀(파3)이 '명물'이다. 국내 골프코스 중 유일하게 티샷을 바다를 넘겨 쳐야 하는 홀이다. 길이는 챔피언티 기준으로 235야드(215m)이지만 맞바람이 있기 때문에 표시된 거리보다 한두 클럽 길게 잡아야 한다.
이 홀이 어렵다는 것은 대회 1,2라운드 스코어에서도 입증됐다. 115명의 선수 가운데 이틀 동안 버디를 하나라도 잡은 사람은 고작 11명이다. 그 반면 보기 76명,더블보기 26명,트리플보기 8명,쿼드루플보기 1명이 나왔다. 1~2라운드 평균타수는 3.63타로 18홀 중 가장 어려웠다. 시즌 상금랭킹 4위,신인왕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비오(20 · 넥슨)는 첫날 볼을 두 차례 바다에 넣는 바람에 4오버파 7타를 기록했다. 오른쪽 바다는 래터럴 워터해저드다. 티샷이 바다에 들어가면 드롭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대부분 티잉그라운드에서 3타째를 쳐야 하므로 더블보기가 불가피해진다. 15일 속개된 2라운드에서도 버디는 3개에 그쳤고,더블보기는 7개나 나왔다.
선수들은 클럽선택에서도 애를 먹었다. 115명 중 아이언 티샷을 한 사람은 첫날 '장타자' 김대현(22 · 하이트)이 유일했다. 김대현은 3번아이언으로 녹다운 티샷을 했는데 짧아 그린 앞 오른편 벙커에 빠졌다. 김대현은 둘째날엔 유틸리티클럽(로프트 17도)을 잡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유틸리티(하이브리드)나 페어웨이우드(3,5번)로 티샷을 했다. 메리츠솔모로오픈 개최코스인 솔모로CC 퍼시먼코스 1번홀(파3 · 길이 245야드)에 버금가는 클럽선택이다.
긴 클럽으로 티샷을 해야 하는 만큼 '레귤러 온'도 보기 드물었다. 이틀 동안 이 홀 그린적중률은 36.24%에 불과했다. 세 명 중 두 명은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첫날 공동 1위였던 김대현과 김대섭(29 · 삼화저축은행)은 둘째날에도 사이 좋게 선두를 유지했다. 김대현은 15번홀에서 유일한 보기를 했지만 버디 5개로 만회하며 합계 11언더파 133타(65 · 68)를 기록했다. 11월 입대하는 김대섭은 15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단독 1위를 달렸으나 15번째 홀(6번홀)에서 이번 대회 '32홀 노 보기 행진'이 깨지며 공동 1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강경남(27 · 삼화저축은행)은 선두권에 4타 뒤진 합계 7언더파 137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