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日따라가나] 인구 감소로 주택 구매 줄고 공급 과잉에 과도한 투기까지
한국 부동산시장이 일본처럼 폭락할 것이란 전망은 2007년 집값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본격 제기돼 왔다. 때맞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집값이 급락세를 타면서 폭락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최근 들어서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일본형 폭락 국면에 진입했는지 여부는 부동산시장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부동산관련 재테크 서적과 투자관련 사이트에선 폭락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폭락론자들은 조만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아파트 주 수요계층인 35~55세 사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고령자 소유 주택을 받아 줄 수요층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핵가족화 영향 등으로 세대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1~2인 세대는 아파트를 살 정도의 구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수요 기반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중산층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아파트 수요기반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내다팔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주택공급도 이미 과잉 상태라고 진단한다. 지방은 이미 극심한 공급초과 상태이고 수도권도 공급과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추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2기신도시 보금자리주택지구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의 공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주택공급이 차고 넘친다고 폭락론자들은 본다.

대출을 끼고 과도한 부동산 투기가 이뤄졌다는 점을 폭락론의 근거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산 사람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2000년대 초 · 중반 집값 상승기에 50%이상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우려한다.

경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점을 근거로 드는 전문가들도 있다. 고속 성장시대에서 저속 성장시대로 접어들며 산업용 부동산 수요는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농지전용 해외공장이전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가용 용지는 넘친다는 해석이다.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만큼 하루빨리 부동산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내집 마련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이도 있다. 자산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집을 끌어안고 있기 보다는 전세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얘기다.

조필규 SH공사 도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계는 자산의 77%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은 확실한 만큼 투자목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