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가격이 사상 최고(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당분간 랠리(강세장)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환율전쟁으로 번진 선진국들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해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물가보다는 외환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한 만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 사상 최저치

14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08%로 전날보다 20bp(1bp=0.01%포인트)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저치는 2004년 12월의 연 3.24%였다. 이날 낙폭은 지난달 금리 동결로 하루 새 26bp 급락한 이후 가장 컸다. 지난달에는 장기채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10년물 이상 장기 국고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단기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국고채 10년물은 연 3.91%로 16bp,20년물은 연 4.13%로 19bp 각각 내려 3년물보다 낙폭이 작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이 금리 동결 직후 급히 채권을 사들이면서 금리를 다시 끌어내렸다"고 전했다. 지난달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채권금리는 이달 들어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며 연 3.26~3.31%(3년물 기준) 수준에서 횡보해왔다. 이날도 장 초반에는 금리 인상이 점쳐져 소폭 상승(가격은 하락)하다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외국인은 이날 국고채와 통안채를 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단기채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한 것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아 하락 여지가 크다고 본 투자자들이 차익을 노리고 몰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장금리 추가 하락 불가피

외국인이 올 들어 채권시장에서 61조원어치 이상 순매수했음에도 연말까지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채권값 상승)을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상은 대외자금 유입을 촉발시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외국인의 채권 매수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고채 3년물은 최대 0.50%포인트 내려 연 2%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연 2.42% 수준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0~1.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내달 G20 정상회의가 분수령

내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내달 초까지는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이 G20 의장국이란 점에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며 "일단 G20이 열리는 내달 초까지는 금리와 환율 모두 내림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을 비롯한 국내 자산시장이 펀더멘털(경기 및 기업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으로 대체 투자 대상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한국은 금리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경기가 훨씬 더 탄탄하다"며 "당분간은 유동성 효과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이 지속될 수 있지만 비정상적인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