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은 성공적인 통치권 이양 등을 통해 지금처럼 안정된 체제를 유지할 것입니다. 지난 4월 천안함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듯이 북한의 체제 변화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톰 번 소버린리스크그룹 부사장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한 · 미 군사공조 등을 통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날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공동 주최한 '크레딧 리스크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번 부사장은 "각국이 통화완화정책을 펴면서 자산 버블(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특별한 버블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월 'A2'에서 'A1'으로 올린 국가신용등급을 앞으로 12~18개월가량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저금리로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돼 통화정책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중앙은행이 정책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돼 은행 등에 부담을 주는 점은 리스크요인으로 꼽았다.

번 부사장은 "가계의 높은 부채수준과 그에 따른 이자부담이 주택가격 하락 압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1~2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께 방한한 스티븐 롱 무디스 금융부문 매니징디렉터는 "주택시장 침체는 건설업체와 은행 등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대부분의 은행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수협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 중 신용전망이 '안정적'인 기업 비중은 작년 3분기 65%에서 올 3분기 88%로 늘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 · 태평양 기업의 '안정적' 비중이 60%에서 75%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다. 반면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 비중은 아 · 태 지역에서 36%에서 17%로 줄었지만 한국은 33%에서 10%로 급감했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기업 비중은 올 들어 '제로(0)'에서 3%로 늘었다.

번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은 물론 시장 점유율에서 아시아 경쟁업체들을 앞서고 있고,내수시장도 경기와 고용시장 회복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호평했다. 경영 투명성 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