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전통이 있고 조금 더 기술이 발달한 나라." 냉정하게 말하면 숭례문과 인터넷의 결합을 시도하던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이도저도 아닌 나라다. 왜 그럴까? 한국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상징이 없고 스토리텔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펠탑''한국의 자유의 여신상'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후한 점수를 주는 외국인들은 역동성과 성취욕,유대감으로 요약되는 '한국의 정신'을 국가 브랜드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좀 더 포용력 있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라는 것.

《세계가 사랑한 한국》은 외국인 전문가 10명이 쓴 다소 까칠하고 냉정한 한국 관련 보고서다. 짝사랑에 가까운 찬사 내지는 감언을 기대했다간 마음 상하기 십상이다. 이들은 한류 · 소비자 · 문학 등 우리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양식을 10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들여다보고 세계 속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충언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들이 "불고기 · 비빔밥으로 대변되는 한식(韓食)의 가장 큰 매력은 조화로움이다. 한식은 여러 감각을 아우르는 가히 '밥상의 미학'이라 할 만하다. 한식의 국제화를 위해 양념과 반찬을 줄이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맛과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현대 문학 거장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라는 번역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번역에 달렸다. 해외 동포에게 한국에서 여유롭게 공부할 기회와 장학금을 제공하여 우수한 번역가를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한 대목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책마을] "월마트가 무너지고 구글이 맥 못추는 나라"
저자들은 "월마트가 무너지고,네이버가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구매력과 글로벌 감각을 지닌 소비자들이 있는 곳"이 바로 한국 소비시장이라며 이렇게 매력적인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기업들의 몫임을 강조한다. "P&G는 감자칩을 팔 때 P&G라는 회사가 아닌 프링글스라는 제품을 마케팅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LG,삼성과 같은 기업 브랜드를 마케팅한다"며 한국의 소비문화를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명성은 중요하지만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대기업에 대한 신뢰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또 "한글은 정보화 시대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소리와 문자의 일치성으로 인해 음성 인식률이 높아 유비쿼터스 시대에 유리한 문자라는 점,문자체계의 특성상 컴퓨터의 키보드나 휴대전화의 문자 입력이 가장 빠르다는 점 등이 특징"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삼으라고 권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인 저자들의 시선은 이처럼 예리하고 진지하다. 이제 공은 우리한테 넘어왔다. 단순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시대는 지났다. G20 정상회의를 목전에 둔 지금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공들여 유치한 국제 행사를 통해 한국이 지구촌에 발신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국의 정체성,한국만의 매력이 뭔지 고민해볼 때라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 타이밍은 적절하다.

막걸리에서 국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저자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얼마만큼이나 수용하고 되새김질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노력은 물론 우리의 몫이지만.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