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위 관료가 무기수출 금지법을 완화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사히신문은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이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무기수출 3원칙의 재검토 방침을 미국 측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8개국 국방장관 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기타자와 방위상은 10일 "새로운 무기수출 3원칙을 내놓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무기수출 금지로 인해) 무기 생산기반과 기술기반이 후퇴하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타자와 방위상은 내달 열리는 미 · 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무기수출 3원칙의 재검토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며,올해 말 결정하는 방위계획에 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내각 당시 공산권 국가를 비롯해 유엔 결의로 무기수출이 금지된 국가,국제분쟁 당사국,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수출을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후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에서 이 원칙을 확대 적용,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아사히신문은 기타자와 방위상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은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방위 산업계의 요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이단렌은 선진 각국이 최첨단 무기를 공동 연구개발하는 데 일본만은 무기수출 금지 3원칙에 묶여 사업 참여를 포기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방위산업계도 일본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전방위 로비를 펴고 있다.

무기수출 금지법을 재고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기타자와 방위상은 지난 1월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일본은 평화국가이며 무기수출 3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기타자와 방위상의 발언을 뒤집었다.

한편 기타자와 방위상은 11일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해상 연락체제 구축을 요청했다"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일본 해상자위대 실습 함선의 중국 칭다오 기항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 · 일 간 군사 부문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