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1시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신경주역.11월1일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대구~부산)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역사(驛舍) 공사가 한창이었다. 신경주역은 지하 1층~지상 2층,연면적 3만693㎡ 규모의 초현대식 건물 위에 신라 천년도시의 이미지를 한껏 살린 한옥 지붕을 얹고 있었다. 건천읍 주민 김동철씨(45)는 "3년 전만 해도 화천리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며 "고속철 덕분에 마을이 상전벽해처럼 바뀌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개통일이 가까워 오자 경주시내 전체도 KTX 효과로 들떠 있었다. 신경주역에서 20여분 떨어진 경주시는 서울과 2시간2분대로 좁혀져 평일은 물론 주말 관광객이 1~2년 내 150만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준흠 경북관광협회 전무는 "경주 관광객은 연간 850만명 수준이지만 KTX 신경주역이 열리면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경주 주변 골프장들도 KTX 효과에 큰 점수를 주고 있었다. 경주에는 현재 11개 골프장이 영업 중이며 2개가 추가로 조성되고 있다.

화천리 역사 주변 196만8000㎡를 신도시로 개발하는 역세권 개발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었다. 2015년까지 첨단산업단지와 컨벤션 센터,호텔,주거시설 등 인구 3만명이 들어서는 신도시를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인근에서 20여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현수씨(63)는 "요즘 이 일대에서 부동산 매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경주시는 2005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 대가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연구센터 설립을 유치한 상태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수백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몰고 올 고속철이 다음 달 개통되면 신라 천년의 도읍 경주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첨단 과학 · 문화관광도시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기대도 경주 못지 않다. 경주를 지나온 KTX는 연면적 8579㎡,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울산역에 도착한다. 이곳도 마무리 공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울산시와 110만 울산시민들은 무엇보다 서울을 반나절에 오갈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가장 반기는 쪽은 울산에 많이 거주하는 기업인들이다. 원전기자재 전문업체인 일진에너지 이상배 대표는 "울산은 그동안 수도권과의 연계교통 미비로 서울이나 외국을 오가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이제는 서울까지 2시간5분 만에 오갈 수 있게 돼 십년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라고 기뻐했다.

울산 관광업계도 11월1일 개통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강영훈 박사는 "울산은 영남권 최대의 산악관광지인 영남알프스(가지산~신불산)와 선사유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수려한 해안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고속철 역 주변 86만여㎡에 인근의 양산과 김해,경주 일부까지 아우르는 교통,업무,상업의 자족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역세권 개발사업을 2013년 완료할 예정이다.

경주 ·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