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도시인 '스마트시티'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 새로운 전략 수출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개별 스마트제품 수출을 넘어 도시의 모든 분야에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이 갖춰진 미래도시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AP통신은 8일 "전 세계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해 필요한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라며 "각국 정부가 도시 자체를 미래 주요 수출상품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 위해선 스마트그리드 기술에 바탕을 둔 다양한 분야의 정보기술(IT) 및 장비가 필요하다. 국제컨설팅 기업인 지프림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이 올해 897억달러(약 100조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2014년엔 1714억달러(19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 건설에 필요한 인프라까지 합친다면 스마트시티 시장은 2500억달러(28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30년에는 87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마트시티의 선두주자는 미국 IT 기업들이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인구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내용을 담은 '밀리언 프로젝트'를 내걸고 중국 인도 중동 등지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천 송도에 5년간 20억달러를 투자해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 위한 '시스코글로벌센터' 설립 계획을 확정하기도 했다. IBM과 제너럴일렉트릭(GE)도 중국과 호주의 스마트시티 건설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월풀 등도 자사가 보유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제휴해 해외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본은 2014년까지 요코하마에 스마트시티를 완공한 후 이 기술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바,파나소닉,닛산 등 일본의 간판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중에선 SK가 지난 5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진마 스마트시티'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올해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에 총 34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 산하 기술표준연구원은 대형 전기장비에서 전기차,소형 가전에 이르기까지 80여개의 스마트그리드 기술 표준을 제시해 세계 표준화 선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14년까지 세계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