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6일 1900선을 단숨에 뚫고 올라갔다. 지난달 10일 1800선을 넘어선 지 한 달이 채 안 돼 100포인트 뛴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지수가 연내에 최고 2000선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 2000시대'를 열 주역은 물론 외국인이 되겠지만,주도 업종은 그동안 부진했던 금융주와 정보기술(IT)주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다만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실적의 급격한 악화와 인플레이션이 증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내 최고 2000까지 오를 것"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힘으로 재평가가 이뤄지는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 성격이 실적장세에서 시중 여유자금의 힘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유동성 장세로 바뀌었다"며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말 코스피지수 목표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오 센터장과 양정원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 2000시대가 연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1920~1950 정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들도 내년에는 20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양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대에 확실하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식형펀드로 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내다봤다.

◆IT · 은행 주목해야

향후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은 최근 상승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IT주와 은행주가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구 센터장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그동안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업종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IT와 은행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글로벌 섹터 펀드의 자금 흐름을 보면 그동안 지속적으로 유출되던 IT섹터펀드에 지난달 중순 이후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반도체와 은행 자동차 등이 주도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 본부장은 "은행주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싼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혜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양 센터장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연내 반등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추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내수시장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조선 · 철강 · 화학업종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의 불안 요인으론 원 · 달러 환율 하락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꼽았다. 양 본부장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은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최근과 같은 환율 급락세가 계속된다면 IT 자동차 등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