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ANZ)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ANZ은행은 외환은행에 대한 실사를 사실상 끝마치고 외환은행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ANZ은행은 추가 자료를 검토한 뒤 이달 중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ANZ은행은 호주 4위 은행으로 2012년까지 전체 수익의 20%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NZ은행이 인수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히면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론스타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6월 말 기준 장부가치가 주당 1만2500원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1만5000원 이상(총 5조원 안팎)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ANZ은행은 그동안 인수 희망가로 주당 1만원 안팎(총 3조원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입장차가 컸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금융회사가 ANZ은행 한 곳뿐이어서 론스타가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ANZ 외에 외환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양측 간에 가격을 제외하고는 큰 걸림돌이 없는 데다 가격도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ANZ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당 1만5000~1만6000원 정도에서 인수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NZ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10위권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외환은행 인수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NZ은행이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에 2조원 정도의 자금을 추가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은행 주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 안건이 ANZ은행 이사회를 통과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ANZ은행의 인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내부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노조는 인수 윤곽이 드러나면 행명 유지와 상장 및 국내외 영업망 유지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