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원선도 무너졌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약세 흐름에 힘입어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8.1원 떨어진 1122.3원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이 1120원대에서 종가를 형성한 것은 지난 5월13일 종가인 1128원 이후 처음이다. 장 막판 1122.2원을 저점으로 기록한 거래 수준 역시 지난 5월4일 장중 저점인 1111.8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주말 종가보다 2.6원 내린 1127.8원에 첫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최근 7거래일째 내림세를 기록하며 지난 9월20일 1161.3원 이후 30원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54원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서울 환시에서 원달러 환율은 1122.2~1127.8원 사이에서 거래 범위를 형성했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에 따른 미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화 약세가 원화 매수세를 자극한다는 설명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양적완화 기대감에 미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펀더멘탈(경제 기반 여건)도 환율 하락에 우호적이다. 이날 서울 환시 개장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289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7월 기록한 최고치 2859억6000만달러보다 38억달러가량 늘어난 수치로 두 달 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보유액 최고치 경신은 지난 4월, 7월에 이어 올 들어서만 3번째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9월 무역수지는 8개월째 흑자를 나타낸 50억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역대 최대 흑자였던 7월의 55억1000만달러에 육박한 수준이다.

변지영 연구원은 "국내 펀더멘탈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지속적인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 요인들이 환율의 추가 하락까지 이끌지는 못해도 반등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의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역할 했던 1140원 '최중경 라인'이 무너진 이상 연저점인 1100원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급락세에 따른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있지만 추세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이어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추가 양적완화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진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56포인트(0.14%) 상승한 1879.29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1.28포인트(0.26%) 내린 493.78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46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오후 3시25분 현재 1.3778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83.33엔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