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비롯한 채소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일반 식당의 음식값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김치찌개 및 보쌈 묵은지 전문점 등은 원가압박에 시달리면서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 가격을 이미 1000원씩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식당들도 반찬으로 제공하던 김치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였으며,단체급식 업체들은 배추김치 대신 상대적으로 원가가 저렴한 깍두기나 열무김치를 늘려 공급하고 있다. 김치 대신에 삼겹살 값을 올려받는 곳도 있다.

배추값 폭등으로 비롯된 식당 음식값 상승으로 서민과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값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치찌개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서울 중림동의 한우촌은 5000원이던 김치찌개값을 6000원으로 높였다. 동자동의 김밥천국에선 김치찌개값을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중림동의 김밥천국도 김치찌개값을 4500원,참치김치찌개값을 5000원으로 500원씩 높였다. 보쌈정식 가격도 1000원씩 인상한 곳이 많다.

서울 하계동에서 8년째 김치보쌈 ·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H사장은 "지난주 채소값 대신 삼겹살 1인분(180g) 가격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김치값을 따로 받을 수 없어 대신 삼겹살 가격을 올린 것이란 설명이다.

조만간 가격인상을 계획 중인 곳도 수두룩하다. 양평동의 한 묵은지 전문점은 내달 김장철까지 배추값이 높게 형성된다면 최소한 20% 이상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식당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주력 메뉴를 바꾸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양평동의 한 비빔밥집 주인도 "채소값이 평년에 비해 70% 가까이 올랐다"며 "5000원인 비빔밥과 6000원인 돌솥산채비빔밥을 1000원씩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추 대신 무 · 열무김치 대체 잇따라

단체급식업체인 아워홈은 배추 가격이 급등하자 학교 기업 등 각 단체급식장에서 배추김치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깍두기나 열무김치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배추 물량을 정상적으로 대기가 힘들어 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중림동 한우촌은 김치찌개 이외의 다른 메뉴 가격은 동결했지만,배추김치 제공량을 줄이고 그때 그때 가격이 싼 호박이나 오이 고추 등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공짜로 제공되던 김치가 사라졌다. 국회 후생관 안에 있는 분식집 아리수에서는 무상으로 주던 김치를 이날부터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분식집은 지금까지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퍼갈 수 있도록 김치를 통째로 비치해뒀었다.

배추값이 고공행진하면서 포장김치 업체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직접 김치를 담가먹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전남 화원농협 김치공장 관계자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지만 소화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에서도 배추김치가 사라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전지역 250여개 학교가 급식김치 입찰을 진행했으나 10여개 학교에서 유찰됐다. 업체가 김치 1㎏을 생산하는 데 8000원 안팎의 원가가 들어가는데 급식 납품단가는 2500원가량이기 때문이다.

◆배추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폭등했던 배추값이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상대적으로 덜 오른 포장김치 주문이 폭주하고 있으며 학교급식에선 배추김치가 빠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선 1일 배추 한 포기가 전날 9900원보다 25.2% 내린 7400원(행사가)에 판매됐다. 지난달 27일 1만3600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추석 직전의 5000원대보다는 여전히 높다. 양재점 관계자는 "전날과 같은 수준을 받아야 하지만 너무 고가여서 소비가 잘 안되는 점을 고려해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락시장)에서는 경매가가 상급 10㎏ 기준으로 2만2424원을 기록했다. 전날(2만7232원)보다 17.6% 떨어졌다. 다만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하는 전국 도매가는 1㎏당 3060원으로 사흘째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김철수/최진석/강유현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