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주행 못하는 '희한한' 최신예 고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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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운항시 갈지자 '결함'…국산추진기에 문제 있는 듯
장갑차 침수·전차 포신 폭발…무기체계 전반 부실 우려
장갑차 침수·전차 포신 폭발…무기체계 전반 부실 우려
'장갑차는 가라앉고 고속함은 갈지자 주행….'
해군 최신예 유도탄고속함(440t급) 2번함인 '한상국함'이 고속으로 움직일 때 곧바로 가지 못하고 '갈지자'로 주행하는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 장갑차 침수와 전차 포신 폭발 사고에 이어 고속함까지 결함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방위산업과 신무기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직진 못하는 고속함
30일 방위사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과 29일 실시한 최종 테스트에서 한상국함이 35노트(1노트는 시간당 1852m를 갈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고속 항해할 때 직진 안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속함 인도가 보류됐다. 35노트 이하에선 직진 안정성이 통상적 수준(좌우 2~5도)을 유지했으나 35노트 이상일 때 안정성 유지 범위를 벗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함 원인은 핵심 동력장치인 국산 워터제트 추진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방사청과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한 워터제트 추진기를 장착한 1번함(윤영하함)은 문제가 없지만 국산 추진기를 탑재한 2번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2번함은 선체를 급선회하는 데 시간이 1번함보다 배나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속함은 척당 860억원이다. 워터제트 추진기와 감속기어는 두산중공업이,엔진축은 삼성테크윈이 만들었다. 방위사업청이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진수될 고속함도 2번함과 동일한 설계 방식으로 건조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군은 2016년까지 20여척의 고속함을 건조하기 위해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무기체계 총체적 부실 논란
고속함 갈지자 운항 외에도 전차,장갑차 등 주력 무기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엔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K1전차(88전차) 105㎜ 주포의 포신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차는 현대로템이 만들었다. 두산DST가 생산한 육군 최신 장갑차인 K21이 도하훈련 중 침수된 지 한 달도 안 돼 터진 사고다.
올해 초엔 K1을 개량한 K1A1 전차가 심각한 변속기 결함으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작년 말에는 현대로템이 만든 K2 전차(흑표 전차)가 파워팩(엔진과 변속기가 결합된 장치) 결함으로 시운전을 중단했다. 삼성테크윈의 K9 등 자주포도 저가 부동액으로 인한 결함이 발견됐다.
사고가 반복되지만 국방부,방사청,국방품질기술원,민간 제조업체들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무기 개발,생산,운용 과정에서의 책임 규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방산 전문가들은 함정 등 무기 발주체계 자체가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1999년 '방산업체 전문화 관리방침'이 폐지된 뒤 함정을 발주할 때마다 조선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벌여 부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산 관련 기획 및 설계를 주도하고 민간 제조업체들은 도면대로만 무기를 제조하다 보니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내 자동차,기계,조선,정보기술(IT) 업체들의 역량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해야 무기체계 전반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 수출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
해군 최신예 유도탄고속함(440t급) 2번함인 '한상국함'이 고속으로 움직일 때 곧바로 가지 못하고 '갈지자'로 주행하는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 장갑차 침수와 전차 포신 폭발 사고에 이어 고속함까지 결함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방위산업과 신무기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직진 못하는 고속함
30일 방위사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과 29일 실시한 최종 테스트에서 한상국함이 35노트(1노트는 시간당 1852m를 갈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고속 항해할 때 직진 안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속함 인도가 보류됐다. 35노트 이하에선 직진 안정성이 통상적 수준(좌우 2~5도)을 유지했으나 35노트 이상일 때 안정성 유지 범위를 벗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함 원인은 핵심 동력장치인 국산 워터제트 추진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방사청과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한 워터제트 추진기를 장착한 1번함(윤영하함)은 문제가 없지만 국산 추진기를 탑재한 2번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2번함은 선체를 급선회하는 데 시간이 1번함보다 배나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속함은 척당 860억원이다. 워터제트 추진기와 감속기어는 두산중공업이,엔진축은 삼성테크윈이 만들었다. 방위사업청이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진수될 고속함도 2번함과 동일한 설계 방식으로 건조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군은 2016년까지 20여척의 고속함을 건조하기 위해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무기체계 총체적 부실 논란
고속함 갈지자 운항 외에도 전차,장갑차 등 주력 무기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엔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K1전차(88전차) 105㎜ 주포의 포신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차는 현대로템이 만들었다. 두산DST가 생산한 육군 최신 장갑차인 K21이 도하훈련 중 침수된 지 한 달도 안 돼 터진 사고다.
올해 초엔 K1을 개량한 K1A1 전차가 심각한 변속기 결함으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작년 말에는 현대로템이 만든 K2 전차(흑표 전차)가 파워팩(엔진과 변속기가 결합된 장치) 결함으로 시운전을 중단했다. 삼성테크윈의 K9 등 자주포도 저가 부동액으로 인한 결함이 발견됐다.
사고가 반복되지만 국방부,방사청,국방품질기술원,민간 제조업체들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무기 개발,생산,운용 과정에서의 책임 규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방산 전문가들은 함정 등 무기 발주체계 자체가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1999년 '방산업체 전문화 관리방침'이 폐지된 뒤 함정을 발주할 때마다 조선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벌여 부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산 관련 기획 및 설계를 주도하고 민간 제조업체들은 도면대로만 무기를 제조하다 보니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내 자동차,기계,조선,정보기술(IT) 업체들의 역량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해야 무기체계 전반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 수출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