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의회가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 보복법안 처리를 두고 상당한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하원이 29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표결하기로 한 것과 달리 상원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처리하기로 했다.

상원의 셔로드 브라운 금융위원은 11월 중간선거에 나서는 의원들이 각 지역구로 유세를 떠나기 전에 환율조작국 보복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28일 밝혔다.하지만 그는 “하원이 처리할 법안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상원에서도 관련 법안이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낙관했다.

미 의회 대다수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25∼40% 저평가시켜 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시각이다.지난 24일 하원 세입위를 통과한 환율조작국 보복법안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미 상무부가 환율조작을 수출 보조금 지급으로 취급해 상계관세를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다만 미 기업들이 환율조작국에서 수입한 제품 탓에 피해가 났거나,피해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인 브라운 의원은 “공화당 의원을 포함해 대다수의 상원의원들은 중국이 환율시스템을 조작,미·중간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하원 법안은 짧고 이해하기가 쉽다” 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서명에 주저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매달 200억달러에 이르는 대 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도 환율조작국 보복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이어 원내대표는 “보호무역적인 법안이 아니라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공평한 경쟁을 하도록 토대를 만드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중국 기업들이 낮은 위안화 가치 덕분에 미국에서 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는 반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하원의 법안이 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와 관련해 논평을 자제했다.“계류 중인 법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