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44년 만에 소집된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 맞춰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설(說)로만 나돌던 북한 권력의 3대 세습이 공식화된 것이다.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비서국 비서 같은 고위직에 임명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근현대사에서 찾아볼 수도 없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국가권력의 3대 세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주민의 굶주림과 열악한 인권상황을 봐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외부 세계의 시선이 비난과 조롱 일색인 것은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 27세의 어린 나이인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이 북한 내부의 권력 지형을 크게 흔들면서 남북 관계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짐작하기 어려워지면서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의 권력을 행사할지, 김 위원장 사후에는 군부세력의 꼭두각시가 되지는 않을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섭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북의 체제불안이 심화되고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으로서는 세습체제의 안정과 통치력 강화를 위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주민통제와 강압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일삼을 소지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 대표자회에서 대외개방 정책을 천명하거나 6자회담 등과 관련된 외교정책에도 진전된 신호를 보낼지 모른다는 관측을 하고 있지만 당장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으로선 그 행보를 예측할 수 없고 북한의 정세가 급변할 개연성만 높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 북의 모든 상황변화 가능성에 따른 대응책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만이 대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비핵화'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의미있는 대화나 협력,경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안보 불안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미국과의 동맹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친북 · 종북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굳건히 하는 게 시급하다. 남북관계에서 지금부터가 한반도의 장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