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정수기시장 포화…" 주력사업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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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ㆍ학습지 성장세 주춤
태양광ㆍ신소재에 역량 집중…생산재 앞세워 '제3의 도약' 나서
태양광ㆍ신소재에 역량 집중…생산재 앞세워 '제3의 도약' 나서
"더 이상 정수기,비데 회사가 아니다. "
웅진그룹이 10년여 만에 주력 사업을 교체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웅진그룹의 최대 매출 창구 역할을 해온 생활가전 분야를 대신해 환경 · 신소재 부문으로 그룹 역량을 모으고 있어서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2013년께부터 환경 · 신소재 부문 매출이 생활가전 부문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웅진그룹의 변신은 생활가전 분야의 가격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데다 고객 수가 국내 가구 수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 때문이다. 30대 그룹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재 대신 생산재 사업을 전면에 앞세우는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수기 신화 10년 만에 그룹 전면 수술
웅진그룹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20년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1990년 1481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4조7458억원까지 치솟았다. 그 과정에서 주력 부문도 바뀌었다. 1990년대는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 출판 · 교육이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매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자 그 자리를 정수기 업체인 웅진코웨이가 대신했다. 업계 최초로 렌털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격적 영업에 나섰고 2000년 웅진코웨이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4026억원으로 3561억원에 그친 웅진씽크빅을 넘어섰다. 이후 10년간 웅진코웨이는 비데,공기청정기,연수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가며 웅진그룹을 재계 서열 33위까지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의 성장 속도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0~2005년 150%에 달했던 매출 증가율은 2005~2009년 40%대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7.4%로 역대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후발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한 데다 웅진코웨이의 생활가전 회원(렌털 및 구입 고객)이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영업 확대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먹을거리는 환경,신소재
웅진그룹이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시 꺼내든 카드는 환경 · 신소재 분야로 태양광,수처리,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차세대 에너지부품 소재 등으로 나뉜다. 특히 태양광과 수처리는 웅진그룹이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웅진에너지,극동건설,새한(현 웅진케미칼),웅진폴리실리콘,그린엔텍 등 관련 기업들을 설립하거나 인수 · 합병(M&A)하면서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태양광의 경우 웅진폴리실리콘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재료로 웅진에너지가 잉곳과 웨이퍼를 만들면 협력사인 미국의 선파워가 이 웨이퍼를 갖고 셀,모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수처리 사업은 웅진코웨이와 웅진케미칼,극동건설이 맡는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케미칼이 수처리 사업용 필터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웅진코웨이는 공업용 정수,오폐수 처리 등의 사업 채널 확보와 글로벌 영업에 집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극동건설이 플랜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수담수화 등 플랜트형 수처리 사업으로 힘을 보탠다.
웅진그룹은 이 같은 계열사별 역할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웅진그룹 고문 겸 태양광에너지 회장으로 영입해 컨트롤 타워를 맡겼다. 오 회장은 "정보기술(IT) 등 다른 분야와의 융 · 복합,국내외 연구소 · 대학과의 협업 등을 통해 세계 정상권의 환경,에너지 그룹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