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11~12일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물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과 영부인,국제기구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이들이 행사기간 중 어떤 차를 타고 다닐지도 관심이다. G20 준비위원회 측은 최근 현대 · 기아자동차와 BMW,아우디,크라이슬러 등 5개 자동차 업체를 의전차량 지원업체로 선정했다.

◆각국 정상은 에쿠스 탑승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과 대표단에 제공할 차량은 총 240여 대다. 이 중 170여 대를 현대 · 기아차가 지원한다. 에쿠스 리무진을 포함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그랜드 카니발,스타렉스 등이다.

정상들은 대부분 에쿠스 리무진을 탈 예정이다. 에쿠스 리무진은 국산 모델 중 차체가 가장 크고 비싼 차다. 배기량 3800cc 및 5000cc의 두 종류인데,이번엔 5000cc급이 일괄 제공된다. 시판 가격은 1억4600만원이다. 최고출력 400마력의 힘을 낸다.

에쿠스 리무진의 장점은 실내공간이 넓다는 것이다. 벤츠 S클래스 등 경쟁차보다 최장 31㎝ 길다. 뒷좌석은 마사지 기능도 갖췄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정상은 에쿠스 리무진을 이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 · 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해 온 차량을 이용했다. 각각 캐딜락과 메르세데스벤츠 방탄차다.

◆정상 부인 등은 BMW · 아우디

BMW와 아우디,크라이슬러 등 수입차 업체들은 각국 정상의 부인과 수행단 등에 자사 차량을 제공키로 했다.

BMW 750Li 34대는 참가국 영부인 몫이다. 이 차는 4395cc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07마력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5.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내 판매가격은 1억8000만원이다.

아우디 역시 뉴 A8 4.2 FSI 콰트로를 34대 제공한다. 아직 한국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모델이어서 G20 정상회의 직전인 11월 초 신차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모든 의전차량은 최근 비행기로 공수해온 상태다. 가격은 1억5000만원 선이다.

크라이슬러는 300C 3.0 G20 리미티드 9대를 유엔 대표 등 국제기구 수반들에게 제공한다. 배기량 3000cc급의 경유차인데,6000cc급 휘발유차와 비슷한 52㎏ · 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게 특징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차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은 6000만원 안팎이다.

다만 벤츠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 의전차를 제공하지 않는다. 벤츠 측이 각국 정상에게 의전차량을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조직위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업체들 "의전차,일반에 판매할 것"

각 업체들은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의전차량을 일반에 판매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인사들이 탔던 차인 만큼 성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데다,국제행사를 위해 특수 제작한 차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뉴 A8엔 본사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G20 엠블럼이 부착된다. 행사 종료 후 사전 예약자에게 스페셜 에디션의 형태로 판매된다. 에쿠스와 750Li,300C 등 모든 차량이 특수 안전유리와 같은 기본적인 방탄 기능을 갖췄다.

이번 정상회의에 차량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마케팅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BMW 코리아 관계자는 "APEC과 ASEM 등 국내에서 열린 국제회의 때마다 의전차량을 제공한 후 각국 정상들이 애용하는 차란 명성을 얻었다"며 "국제대회가 끝난 후 7시리즈 판매량이 실제로 늘어나는 등 효과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