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체 엠씨엠텍은 2004년 산업용 강판사업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로서 열세를 만회하고,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이 회사가 택한 승부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산업용 강판의 디자인을 차별화한 것.엠씨엠텍은 디자인컨설팅 업체에 1억2000만원의 자문료를 주고 1년여 만에 컬러강판을 개발했다. 실크 스크린 인쇄방식의 컬러강판은 페인트로 칠하는 기존 제품보다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선박 등 산업용에서 건축내장재 인테리어 주방가구 가전 등까지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주력사업을 교체한 이 회사는 지난해 산업용 강판분야에서 2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중국 등 해외시장도 뚫었다.

디자인경영이 단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 · 개발(R&D)에 비해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투자비의 회수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대 ·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디자인경영에 치중한 결과 한국은 작년 5만9535건의 디자인권을 출원,중국(31만2904건),유럽연합(7만8050건)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특히 정보기술(IT)과 전자제품 등에서 디자인 강국으로 손꼽혔던 일본을 2008년 처음 제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더욱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지난해 3만875건의 디지인권을 출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국의 디자인권 출원건수가 늘어난 것은 디자인 중시 경영이 패션,첨단 IT뿐만 아니라 제조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허청이 지난 5년간의 디자인권 출원 동향을 분석한 결과 조명 가구 등 주택설비 용품과 토목건축 용품의 출원이 각각 연평균 15.7%와 14.1% 늘면서 출원율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박주연 특허청 디자인심사정책과 서기관은 "기업 외형별로는 중소기업의 디자인권 출원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제한된 자산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디자인 경영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현재 2012년 목표로 디자인 통합국제출원제도인 '헤이그협정'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헤이그협정에 가입하면 해당국 기업들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출원서 한통만 제출함으로써 가입국 전체(현재 55개국)에서 디자인 관련 재산권을 보호받게 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