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증시와 유럽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한 데다가 유럽 재정 위기의 불안감이 다시 불거지면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진 탓이다.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값이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6.89포인트(0.72%) 내린 10662.42로 장을 마감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45포인트(0.83%) 떨어진 1124.83으로 거래를 마쳤고,나스닥지수도 2327.08로 7.47포인트(0.32%) 하락했다.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으로 떨어진 것은 고용지표가 악화된 데다 은행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영향이 컸다.여기에다 유럽발 각종 지표들도 글로벌 경제회복 전망에 우려를 더해 낙폭을 키웠다.

무엇보다 주간 신규 실업자 수가 3주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미 노동부가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46만5000명으로 한주 전보다 1만2000명이 늘었다”고 밝혀 미국 내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이번 실업자 발표 수치는 당초 예상치 45만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날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8월 기존주택 거래실적이 413만채로 전달보다 7.6% 증가했다고 발표했고,민간 경제조사단체인 컨퍼런스보드가 내놓은 8월 경기선행지수도 0.3% 상승해 당초 예상치(0.1%)를 넘어서는 등 호재도 있었다.하지만 일자리 지표 악화라는 악재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워 증시가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잭 앨빈 해리스 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모든 것은 (다른 어떤 지표보다) 고용에 달려있다” 며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증가한 것은 우려되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주요 금융사들에 대한 실적 전망이 악화되면서 금융주들의 하락폭이 컸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씨티그룹,모건스탠리 등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와 내년도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실적전망을 낮춰 잡아 금융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골드만삭스가 2.1%,JP모건이 2.1%,씨티그룹이 2.0%,모건스탠리가 0.2% 하락하는 등 은행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이 “미국 모기지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 며 “앞으로 정부가 주택 분야에서 절대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한 발언이 전해지며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럽의 부진한 경제관련 지표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9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독일 민간부문 경기확장 지표가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온데다 아일랜드의 부진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유럽발 재정위기 재점화 가능성을 촉발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한축인 아일랜드가 여전히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럽 재정위기 대처 방안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연쇄 재정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증시에 앞서 유럽증시도 사흘연속 하락,마감했다.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지수는 전일보다 0.22% 내린 5539.79로 장을 마쳤다.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30 지수도 전일 대비 0.41% 떨어진 6182.68을 기록했다.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 CAC40지수는 3710.61로 전날보다 0.65% 하락했다.종목별로는 이란과 거래 전면 중단을 발표한 독일 티센크룹이 2.2% 떨어졌고,루프트한자,폭스바겐,킹피셔,BNP파리바,알스톰,EADS 등이 2%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금이나 미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다.미 국채는 수요가 늘어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55%까지 떨어졌다.

국제 금값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2.50달러 오른 1294.60달러를 기록하며 1300달러선에 바싹 다가섰다.국제 금값은 이번주 들어 3번째,지난주 이후 6번째나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동욱/김정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