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 자원 공기업에 한해 정원제한을 적용치 않고 신규인력 충원이 가능토록 길을 터주기로 했다. 원전 수주 등으로 인력수요가 많아진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당초 정부가 단계적 인력감축을 골자로 제시했던 공기업 선진화계획과는 다른 예외적 조치다. 문제는 이런 예외가 늘어나면 과연 전체 공기업의 인력감축이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공기업마다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 인력감축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최근 인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일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정원감축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불합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인력감축의 예외조치를 취하기 시작할 때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정부는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해당 에너지 공기업은 불요불급한 기존 조직에 대한 구조개편이나 인력조정에서 나태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원전수주를 내세워 인력을 늘려 놓았다가 향후 원전수주가 주춤해질 때는 막상 인력감축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에너지 · 자원 공기업이 인력증대에 나설 경우 다른 공기업들도 어떤 명분과 이유를 대서라도 인력충원 로비에 나설 소지 또한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인력감축을 핵심으로 한 공기업 개혁이 결국 흐지부지되지 말란 법이 없다.

따라서 에너지 · 자원 공기업의 인력충원이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인력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면 공기업 사업 분야에 상관없이 적용될 수 있는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수요에 따라 인력을 자유롭게 늘려야 한다면 차제에 원전수주를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이나 자원개발 투자 등에 있어 지금처럼 계속 공기업 체제로 가져가는 것이 효율적인지,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