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이라는 단어와 '균형'이라는 두 단어는 듣는 순간 어느 쪽이 나은지가 판가름 난다. 단어의 어감에서 이미 '불균형'이라는 단어는 '균형'이라는 단어의 적수가 되기 힘들다. '국가 균형발전' 같은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선하고도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달성될 수 없는 가치인 것처럼 균형이라는 가치도 실제의 경우 달성되기가 매우 어려운 가치이며 특히 현실 경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는 '비교우위' 개념을 보면 알 수 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영국은 직물산업에 특화하고 포르투갈은 와인산업에 특화해 서로 상품을 교환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보면 두 나라는 균형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각 한 산업씩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발전전략으로 채택한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은 매우 성공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자원이나 자본의 한계로 인해 모든 산업을 골고루 발전시키지 못하므로 몇 개의 산업을 골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이 산업의 전방효과와 후방효과를 이용해 다른 부분에까지 그 과실이 전해지도록 한 것이다. 과거 가난과 기아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우리 기업과 정부는 일심동체가 돼 경공업을 발전시키고 곧이어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우리 기업들은 당시 모두 벤처기업이었다. 물론 국가가 나서서 발전을 지원하기는 했지만 이는 성공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었다.

지난 50여년의 경제성장이 그 어느 산업에도 비교우위가 없던 우리나라에 비교우위를 창출해낸 과정이었다고 할 때 이를 가능케 한 기업가정신,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정부의 노력은 아무리 칭찬을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이다. 특히 중화학 공업의 육성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나하나 기업의 발전과정 자체가 피와 땀과 눈물의 덩어리였다. 그리고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우리 경제 내에서 세계적 기업들이 탄생했고 이렇게 발전한 기업들은 전 세계적 무역 자유화의 분위기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외환위기가 닥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위기관리와 극복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통해 잘 대응했고 이를 극복한 우리의 기업들은 오히려 더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한 번 더 발돋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물론 우리 기업에 주어진 과제는 아직도 많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리조직이다. 그런데 영리를 추구하는 행위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규제와 금지조항 때문에 기업은 이를 없애거나 완화시키려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합법적 행위도 나타난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이 될수록 이러한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고의 기업을 위해 정부가 보다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에 주어진 과제는 단순한 '대'(big) 기업이 아닌 '위대'한(great)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비교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우위가 더욱 고도화되면 다른 나라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서 '존경' 수준의 평가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같은 과제도 잘 수행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선진화는 곧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가 정신의 성숙을 통해 이룩될 것이고 이를 통해 기업과 기업인의 위상은 더욱 제고되는 선순환구조가 창출될 것이다.

얼마 있으면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는다. 글로벌 위기 극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경제 내에서 기업가정신이 더욱 제고되고 위대함의 가치가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