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아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해 온 친근한 존재다. 아마도 한국인의 DNA에는 아리랑이라는 정서와 정보가 아로새겨져 대대로 유전되고 있지 않을까. 아리랑은 삶의 고개를 넘으며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중년을 넘긴 한국인이라면 '내 인생의 아리랑'이란 주제로 풀어낼 수 있는 인생사가 있게 마련이다. 필자 역시 배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던 중 불혹을 넘긴 나이에 MBC TV의 정치 드라마에서 '백범 김구' 선생 역을 맡게 됐고 이후 몇 번 같은 역을 맡으면서 연기생활과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백범 김구와 가장 닮은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이미지가 각인되고 많은 인기도 얻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고나 할까.

김구 선생 역할을 여러 번 하면서 그분의 올곧은 인생을 몸으로,머리로 체험하면서 삶을 되돌아보곤 했다. 항상 곁에 두고 읽곤 했던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요즘도 공개 석상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는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

역사 속에서 일관되게 평화와 공존을 바탕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이 앞으로도 힘으로 다른 나라를 누르고 위에 서는 나라가 아니라,세계와 함께 어울리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문화를 나누는 문화강국이 되고자 하는 민족의 희망과 비전을 정확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

아리랑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한국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다. 정부는 최근 '아리랑'을 브랜드화해 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만들기 위한 '아리랑 세계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열린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과 아티스트들은 아리랑이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평화와 화합의 노래,마음을 이어주는 세계인의 노래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한목소리를 낸 바 있어 아리랑 세계화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한다.

올해는 6 · 25 전쟁과 9 · 28 서울수복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우리나라의 국운 상승 계기가 될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역사적인 해다. 전쟁의 상흔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자부심과 인종,역사,관점이라는 벽을 넘어 소통하고 교류하며 세계와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과 평화의 정신이 아리랑에 담겨 세계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오는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아리랑 페스티벌 2010'이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유키 구라모토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국내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세계인의 노래 아리랑의 혼(魂)을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있는 화합과 희망의 축제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아리랑 세계화를 향한 힘찬 걸음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

이영후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