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한 · 중 · 일 3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총 50조원에 이르는 미국 고속철도 사업 수주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현대로템 등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중국 일본 등과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5일 서울역에서 KTX-산천을 시승한 뒤 "독일,프랑스,중국,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고속철을 타게 되는데 한국이 입찰에 참여해 선정된다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 중 · 일 등 "50조원 사업 잡아라"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11개 노선에 1만3760㎞ 규모. 미 정부는 내년 입찰을 시작해 2020년 전 구간 공사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고속철도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새크라멘토,샌디에이고 등 주요 도시 1250㎞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430억달러(약 50조원)로 알려졌다. 세계 고속철도 사업 중 최대어로 손꼽히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187억달러)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미 22억5000만달러의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가장 먼저 고속철도 건설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주정부 측은 노선 선정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며,내년 말부터 단계적인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가간 대항전도 치열하다. 캘리포니아주 고속철도를 수주하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는 데다,향후 발주될 플로리다, 텍사스, 일리노이주 등의 고속철도 사업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국 컨소시엄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일찌감치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며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까지 가세,총 8개국이 경쟁하게 됐다. 일본은 특히 민 · 관 공동 해외 수주기관인 'JARTS'를 설립해 정보수집,컨설팅,타당성 조사 등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SYSTRA'라는 국영기관을 내세워 수주전을 지원하고 있다.

◆시공경험 · 기술이전 · 가격으로 승부

한국은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KOTRA 등 공기업 3곳과 포스코건설 현대로템 삼성SDS 등 다수의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수주전에 나선다. 국내 업체들은 사업 초기 프랑스 기술에 대부분 의존했으나,현재는 90% 수준까지 기술력을 국산화해 KTX-산천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수주전을 준비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단'까지 꾸렸다. 사업단은 턴키방식으로 고속철도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전량 수주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이날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KTX-산천을 시승하고 "한국은 2004년부터 고속철을 운행하며 관련 기술을 많이 축적하고 있다"며 "현대로템이 만드는 고속철은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고 품질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