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로 불황 파고 넘는다] 해외수주 4천억弗 돌파…'건설 코리아' 쾌속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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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수주 소식이 들려오더니 마침내 40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해외 건설의 새 역사가 이렇게 쓰여지네요. "
현대건설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3억2900만달러 규모의 항만공사를 따내 해외건설 수주 누계액이 4002억7000만달러로 4000억달러를 넘어선 지난 9일 해외건설협회 김효원 전무는 이렇게 감격을 표현했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 부문에서 2개의 기록을 냈다. 수주 누계 4000억달러 돌파와 연간 수주액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그것이다. 건설업계에선 1970~1980년대 '중동 붐'을 훌쩍 뛰어넘는 '해외 건설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5년만에 4000억달러 돌파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9월 현재 해외건설 수주 총 누계액은 4002억7000만달러.1965년 9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1억11540만달러짜리 고속도로 공사를 따낸 이후 4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수주 누계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2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40년5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3000억달러와 4000억달러를 넘는 데엔 각각 2년11개월,1년9개월에 그쳤다. 수주 금액이 커지고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건설사들이 그동안 해외 건설시장에서 따낸 공사 중에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기념비적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이 프로젝트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입증해 주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동아건설이 1983년 수주한 36억달러 규모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는 당시 국내 건설업계 기술력에 비춰 작업 자체가 힘들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당하게 리비아 사막에 거대한 물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란 사우스파 1~10단계(1999~2005년,34억6000만달러,대림 · 현대 · GS건설) △이집트 정유공장(2007년,20억6000만달러,GS건설) △카타르 라스라판 민자발전소(2008년,20억7000만달러,현대건설) △UAE 원전(2009년,186억달러,한전 · 현대 · 삼성건설) 등은 전 세계 건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 시공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고 시공 분야도 대폭 확대됐다. 도로 항만 빌딩 주택시설 등은 기본이고,신도시 및 대규모 플랜트 건설,친환경 상 · 하수처리 시설,발전소 및 설비,철도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에서 쌓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설업은 수출 주력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등의 수출 금액을 2년 연속 추월했다. 이런 속도라면 2015년까지는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수주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김 전무는 "해외 건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과 외교를 결합시킨 유기적 수주활동 강화 △국제화된 건설 전문인력 확보 및 육성 △시장 다변화 △초고층 빌딩 등 새로운 수주분야 육성 △정밀 내진 설계 등 원천기술 확보 등이 그것이다. ◆글로벌 경영 고삐 죄는 건설업계
건설업계는 요즘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미국의 이란 제재 및 리비아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권 국가들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플랜트시설 등을 집중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수주액도 당초 목표치 6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7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업계가 돋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배경으로는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 대비한 해외시장 집중공략이 꼽히고 있다. 건설업계는 해외 건설물량 수주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국내 매출비중을 낮추고,해외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매출 4조6278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은 절반 수준인 2조2847억원에 그쳤다. 3년 전만 해도 국내사업 비중은 80.5%나 됐다. 롯데건설도 국내부문 매출 비중을 68.2%(1조2262억원)로 낮췄다. 국내 비중은 2년 전 85.5%에서 작년 78.7%로 3년 연속 감소세다.
SK건설도 1조8830억원 매출 중 국내 매출은 70%(1조3033억원)로 작년보다 5%포인트가량 줄었다. 삼성물산도 해외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매출비중이 72.2%로 작년보다 0.8%포인트,2년 전보다 7.7%포인트 각각 줄었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국내 매출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6조4000억달러로 작년보다 1.0%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조7000억원보다 1.4% 줄어든 117조원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해외 건설사업 확장에 전력투구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 해외사업 비중이 낮았던 업체들도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이 같은 노력이 수주 증가로 이어지려면 중동권 위주로 편중된 수주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도 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중동지역에서만 거둬들인 공사물량은 전체 수주액의 70%에 달하는 380억달러다. 또 현재 계약이 진행 중인 공사의 70%도 중동권에 몰려 있다. 연내 중동권에서 따내는 물량이 작년 한 해 총 수주액(491억달러)을 웃도는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중동권 공사 물량이 줄어들 때에 대비해야 한다"며 "원전,철도,신도시 건설,녹색 · 환경시설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현대건설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3억2900만달러 규모의 항만공사를 따내 해외건설 수주 누계액이 4002억7000만달러로 4000억달러를 넘어선 지난 9일 해외건설협회 김효원 전무는 이렇게 감격을 표현했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 부문에서 2개의 기록을 냈다. 수주 누계 4000억달러 돌파와 연간 수주액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그것이다. 건설업계에선 1970~1980년대 '중동 붐'을 훌쩍 뛰어넘는 '해외 건설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5년만에 4000억달러 돌파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9월 현재 해외건설 수주 총 누계액은 4002억7000만달러.1965년 9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1억11540만달러짜리 고속도로 공사를 따낸 이후 4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수주 누계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2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40년5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3000억달러와 4000억달러를 넘는 데엔 각각 2년11개월,1년9개월에 그쳤다. 수주 금액이 커지고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건설사들이 그동안 해외 건설시장에서 따낸 공사 중에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기념비적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이 프로젝트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입증해 주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동아건설이 1983년 수주한 36억달러 규모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는 당시 국내 건설업계 기술력에 비춰 작업 자체가 힘들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당하게 리비아 사막에 거대한 물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란 사우스파 1~10단계(1999~2005년,34억6000만달러,대림 · 현대 · GS건설) △이집트 정유공장(2007년,20억6000만달러,GS건설) △카타르 라스라판 민자발전소(2008년,20억7000만달러,현대건설) △UAE 원전(2009년,186억달러,한전 · 현대 · 삼성건설) 등은 전 세계 건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 시공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고 시공 분야도 대폭 확대됐다. 도로 항만 빌딩 주택시설 등은 기본이고,신도시 및 대규모 플랜트 건설,친환경 상 · 하수처리 시설,발전소 및 설비,철도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에서 쌓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설업은 수출 주력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등의 수출 금액을 2년 연속 추월했다. 이런 속도라면 2015년까지는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수주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김 전무는 "해외 건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과 외교를 결합시킨 유기적 수주활동 강화 △국제화된 건설 전문인력 확보 및 육성 △시장 다변화 △초고층 빌딩 등 새로운 수주분야 육성 △정밀 내진 설계 등 원천기술 확보 등이 그것이다. ◆글로벌 경영 고삐 죄는 건설업계
건설업계는 요즘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미국의 이란 제재 및 리비아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권 국가들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플랜트시설 등을 집중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수주액도 당초 목표치 6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7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업계가 돋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배경으로는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 대비한 해외시장 집중공략이 꼽히고 있다. 건설업계는 해외 건설물량 수주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국내 매출비중을 낮추고,해외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매출 4조6278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은 절반 수준인 2조2847억원에 그쳤다. 3년 전만 해도 국내사업 비중은 80.5%나 됐다. 롯데건설도 국내부문 매출 비중을 68.2%(1조2262억원)로 낮췄다. 국내 비중은 2년 전 85.5%에서 작년 78.7%로 3년 연속 감소세다.
SK건설도 1조8830억원 매출 중 국내 매출은 70%(1조3033억원)로 작년보다 5%포인트가량 줄었다. 삼성물산도 해외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매출비중이 72.2%로 작년보다 0.8%포인트,2년 전보다 7.7%포인트 각각 줄었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국내 매출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6조4000억달러로 작년보다 1.0%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조7000억원보다 1.4% 줄어든 117조원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해외 건설사업 확장에 전력투구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 해외사업 비중이 낮았던 업체들도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이 같은 노력이 수주 증가로 이어지려면 중동권 위주로 편중된 수주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도 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중동지역에서만 거둬들인 공사물량은 전체 수주액의 70%에 달하는 380억달러다. 또 현재 계약이 진행 중인 공사의 70%도 중동권에 몰려 있다. 연내 중동권에서 따내는 물량이 작년 한 해 총 수주액(491억달러)을 웃도는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중동권 공사 물량이 줄어들 때에 대비해야 한다"며 "원전,철도,신도시 건설,녹색 · 환경시설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