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우리 제품으로 정수한 물로 샤워합니다. "

14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만난 심학섭 진행워터웨이 대표(44)는 "상수도 정수기인 '스케일 부스터(Scale Buster)'는 독일 총리 공관을 비롯해 BMW,티센크루프 등 해외에 30만개,청와대 영빈관 경기경찰청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에 5만여개가 설치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케일 부스터는 둥근 관 안에 특수 처리한 아연(Zn)과 필터를 장착한 제품.집이나 공장으로 들어오는 상수도 배관에 연결하면 정수 기능을 발휘한다. 다른 금속보다 전기적 성질이 강한 아연의 특성을 활용,물속 산소분자를 빨아들여 철(Fe)이나 망간(Mn)이 산소분자와 결합,'녹'으로 변해 물을 오염시키거나 배관에 들러붙는 것을 막는다.

심 대표는 "스케일 부스터는 철이나 아연이 함유된 건강하고 깨끗한 물을 만드는 기구로 세계 63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며 "약품을 쓰지 않고도 수돗물을 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독일의 심장부에 납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가 이 제품을 상용화할 때까지 사연이 많았다. 10대에 부모를 여읜 심 대표는 군 제대 후 혈혈단신 1993년 독일로 간뒤 사업에 뛰어들었다. 학비가 공짜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각종 전시회를 전전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지인의 소개로 물리적 수처리를 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그는 3년간 주변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실험과 검증을 반복했다. 결국 정수 성능이 향상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기존 독일 사장이 은퇴하면서 회사도 인수했다.

문제는 납품처 확보였다. 독일인들은 동양의 낯선 사람이 파는 수처리 시스템을 선뜻 받아들이질 않았다. 어렵사리 한 회사에 시스템을 깔았지만 배관의 녹이 거의 없어지지 않았다. 심 대표는 "공장에서 쓰는 뜨거운 물에선 녹이 더 빨리 생기는 것을 간과한 탓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실패 이유를 설명하고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불량 원인을 없앤 새 시스템을 한 번만 더 써봐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실제로 오염물질이 상당 부분 제거된 것을 발견했다. 그후 회사는 "초기 단계지만 훌륭한 기술"이라며 추천서를 써 줬다.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독일 시장이 뚫리기 시작했다. 2002년 독일 건설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신기술로 소개된 뒤 고객이 제발로 왔다. 총리 공관에서도 "우리도 필요하다"며 구매해갔다. 현재 독일법인에서 매년 6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심 대표는 "전국을 혼자 돌아다니며 제품을 먼저 설치하고 효과가 있으면 대금을 받는 방법으로 영업했다"고 말했다. 수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2006년 30억원,지난해에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그는 "올해 출시한 먹는 정수기'그린비'와 스케일 부스터로 영양분이 잘 보존된 '진짜 물'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