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풍요로운 음식과 곡식들로 인해 마음까지도 넉넉한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최근 역귀성이라든가 다문화 가정의 증가 등으로 추석 명절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의 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필자도 이날만큼은 가족,친지들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조상의 묘에 성묘를 하며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긴다. 그리고 이런 날일수록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도 없이 어렵게 생활하는 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과 정신지체 장애우 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은 즐거워야 할 명절에 더욱 소외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지리산에 있는 두레마을을 다녀왔다. 이 마을은 소외계층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공동체다. 필자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적으나마 두레마을에 기부해왔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세계적 명성의 투자자 워런 버핏 등 40명의 미국 억만장자들이 자선단체 기부 캠페인에 따라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무려 1250억달러에 달하는 기부 규모도 놀랍지만 '많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는 것은 책임이 아니라 특권이며 행운'이라는 게 기부를 하는 이유라니 참 감동적이다. '구제를 좋아하는 자가 풍족해진다'는 성경 구절처럼,그들의 기부는 남에게 베풀고 주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기독교 신앙의 실천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분명 초강대국 미국을 이끄는 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박사는 세상을 떠나면서 '기업가의 길이 사회봉사의 길'이라는 평소 의지대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남긴 것은 구두 세 켤레와 양복 세 벌 등 몇 가지 소지품이 전부였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물질적이든,비물질적이든 다양한 형태의 나누는 삶은 아름답다. 우리나라도 기업인과 연예인 등의 기부가 알려지면서 점차적으로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일반 시민들의 기부가 생활화돼 있는 것을 본다면,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풍요로운 가을,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내가 가진 것을 나눠보자.그 순간 나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필원 < 초고층복합빌딩사업단장 pwlee@rist.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