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현대건설은 글로벌 석유화학업체인 셀(Shell)사가 발주한 13억달러(약 1조2350억원) 규모의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 공사를 국내 최초로 수주했다. GTL공정은 일본 · 유럽 일부 업체가 독점적으로 해왔던 공사다. 그동안 단순시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내 건설산업의 질적 도약과 기술성장을 알리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현대건설은 GTL공정 가운데 정제된 가스를 액화시키는 핵심공정인 액화처리공정(LPU,liquid processing unit) 공사를 맡아 진행 중이다. GTL공정은 천연가스에서 경유,휘발유,나프타,메탄올과 같은 액체 상태의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정을 말한다. GTL을 통해 과거에는 버렸던 천연가스를 수송용 연료나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로 만들 수 있다. 천연가스는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어 사업성이 유망한 시장으로 손꼽힌다.

현재 라스라판 산업단지 GTL 현장에서는 현대건설이 하루 최대 70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하는 등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약 99%로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이 맡은 공정은 전체 공정의 후반 부분으로 다른 공정보다 석 달 가량 늦게 공사에 착수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른 업체들보다 2개월 이상 빠른 작업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건설의 신속한 공사진행은 현대건설이 자체 개발한 자재시공관리시스템(HPMAC:Hyundai Piping Material Control System)의 도움이 컸다. 이 시스템은 설계도면상에 표시된 수치만 입력하면 공정에 따른 필요 인력과 자재 · 공급시기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체계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공사진행과 공정관리가 가능하다.

또 현대건설은 시공부문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일본이나 유럽 건설업체와 달리 '설계 · 구매 · 시공(EPC)'을 통합해서 운영한다.

올해 GTL현장이 준공되면 이곳에서는 하루 14만배럴의 청정디젤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세계 디젤시장의 약 3%에 해당하는 양이다. 앞으로 고유가 시대를 맞아 GTL공사발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엑손모빌,돌핀에너지 등에서 추가 공사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GTL공사를 계속 수주하게 된다면 그동안 일부 선진업체들이 보유했던 플랜트 기술 습득이 가능해 국내 건설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