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의 성장세가 매섭다. 작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종전 증권연구원을 확대 개편해 출범한 자본시장연구원은 증권분야에 편중됐던 연구 영역을 금융 · 외환 · 파생상품시장 전반과 금융제도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은행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금융연구원을 따라잡았다.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과 증권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박사급 연구원이 30명으로 금융연구원과 같아졌다. 1년반 사이에 박사급 3명을 충원하면서 1997년 증권연구원 출범 당시보다 12명이 늘었다. 대표적인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들마저 2012년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자본시장연구원 이직을 노크할 정도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달라진 위상은 지난 6월 주최한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시장의 역할' 세미나에서 상징적으로 확인됐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금융보좌관 등이 주제발표에 나서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은행세 도입 등 은행 관련 이슈를 중점 논의한 것.또 올 들어 다룬 연구과제만도 '기후변화와 탄소금융''녹색금융의 발전방향과 추진전략''조건부 자본의 사례 및 활용전략' 등 광범위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 영역 확대에 맞춰 조직도 보강했다. 2명에 불과하던 국제금융실 연구인력을 6명으로 늘렸고 지난 1일엔 파생상품실을 신설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자본의 흐름 전체를 연구 영역으로 삼다보니 금융권역 구분을 둘 수 없게 됐다"며 "증권연구원 시절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이 발주하는 연구용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미국 금융개혁안 관련 연구용역을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연구원에 나눠 발주했고,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의 분리 문제는 자본시장연구원에만 맡겼다. 이는 대형 은행에서 IB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골자인 만큼 은행들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증권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연구원에 비해 은행 업계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는 용역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