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그동안 미국 등 해외 발전회사와 진행해 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출 협상이 진전되면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 중 여유분을 저장했다가 일시적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한 곳에 송전해주는 장치로,미래 유망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열리는 신시장

삼성SDI는 제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에 참여한 데 이어 대구실증단지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국내 ESS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중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유망 분야인 ESS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아 2차 전지사업 영역을 디지털기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스마트그리드용 대용량 스토리지 분야로 확대한다는 게 삼성SDI의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삼성SDI의 기업가치를 9조6566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중 현재 주력 사업인 소형 2차전지 사업과 TV용 PDP 패널 사업의 가치는 4조2269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당시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ESS 사업의 가치는 5조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주력 사업보다는 아직까지 한푼도 벌지 못한 미래 사업에 훨씬 많은 점수를 준 셈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성장성 높은 ESS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열리고 있는 데다 삼성SDI가 이 분야에서 지닌 경쟁력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 보고서가 나온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해외 수주까지 기대하고 있다. 미국 발전회사에선 최근 예비전력을 모아뒀다 사용하기 위한 ESS 발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ESS 투자 규모가 50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ESS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발효할 예정이어서 시장 성장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되면 발전업체들은 의무적으로 ESS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아 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보다 ESS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ESS 시장 규모가 1조원 수준으로 시작해 내년부터는 연 평균 10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의 높은 경쟁력

삼성SDI는 2008년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ESS 사업을 준비해 왔다. 그 기반이 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였다. 이 배터리가 커지면 자동차에 들어가고,더 커지면 전력용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사업모델은 독일 보쉬와의 합작법인인 SB리모티브를 통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사업과 ESS 등 전력용 배터리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는 이미 소형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받았다.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도 연내 1위에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 ESS

Energy Storage System.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부족이 발생하면 송전해주는 저장장치.신 ·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배터리식 ESS는 리튬이온과 황산화나트륨 등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