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던 국가 과학기술행정체제와 출연연 구조개편이 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지난 10일 정부가 '국가 연구 · 개발(R&D)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마련,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벌인 것은 개편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안은 현행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바꿔 국가 R&D 기획, 예산조정 및 평가권을 부여하고, 정부출연연구소는 국과위 산하 국가연구개발원(신설)으로 이관해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이 중에서 특히 정부출연연 개편은 아직도 쟁점사안이어서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큰 관심이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아젠다인 만큼 이번 개편안도 그에 걸맞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출연연 개편과 관련,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혁신안 마련을 주문했고, 이에 민간위는 올 7월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당정협의에 올린 안은 사실상 민간위 제안을 거의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민간위 안이 처음 나왔을 때 R&D 예산권을 양보해야 할 기획재정부와, 출연연을 내놔야 할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가 크게 반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부처이기주의에 대한 언론의 질타와 과학계 여론 등에 힘입어 정부는 결국 민간위 원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공은 정치권과 과학계로 넘어왔다. 문제는 정작 민간위 제안이 현실로 나타나자 일부 정치권에서 상위 행정체제만 바꾸고 정부출연연 개편은 뒤로 미루자는 주장을 하고, 또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일부 과학계와 연구소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옳지 못한 자세다. 국가 R&D 체제가 제대로 선진화되려면 부처이기주의와 함께 그 어떤 정치적 계산은 물론 과학계 및 출연연의 이기주의 또한 배격돼야 마땅하다. 과학계가 국민의 세금을 갖다 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관철하고 출연연 구조개편 등 일체의 변화를 거부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아니며 국민들로부터도 결코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