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에 수해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제의하는 등 '유화제스처'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오전 "조선적십자회가 대한적십자 측에 추석을 맞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고 전날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와 대북 제재국면을 타개하고 6자회담 재개 등 국제관계에서 대화채널을 복원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수해 복구를 위해 남측에 '쌀 · 시멘트 · 중장비'를 달라고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유연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북 쌀 지원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러시아 국영방송에 출연, '제2 개성공단'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남북이 정상적 관계로 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은 대북 정책기조 전환의 신호탄으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선 남북 당국자 간 비밀접촉설이 나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6자회담 재개 흐름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커트 캠벨 미국 동아 · 태 차관보는 지난 10일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토론회에서 "(6자회담 재개) 진전이 있으려면 남북간 모종의 화해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先) 남북관계 진전 후(後) 6자회담'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보면 북측의 이번 제의는 미국 요구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다.

특히 12일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우리 정부와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보즈워스 대표는 13일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을 예방하고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