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가입자들이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법원이 케이블TV에 지상파 재전송을 중지하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케이블TV 업체들이 1심 판결에 항소하거나 지상파 재전송 중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케이블TV(SO)협의회는 13일 긴급총회를 열어 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주요 케이블TV 업체들로 구성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긴급총회에서 지상파 재전송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난시청 해소라는 케이블TV의 역할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며 "지상파 재전송 중단이라는 초강경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지상파 3사가 문제삼은 디지털 케이블방송뿐 아니라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에서도 지상파 재전송을 중단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앞으로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가구의 80%인 1500만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케이블TV와 지상파방송사 간의 재전송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가입자당 월 320원을 요구하던 재전송 대가를 인터넷TV(IPTV) 수준인 월 280원으로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3사가 케이블망을 통해 시청권역을 확대하고 광고수입을 올렸다"며 "지상파들이 재전송 대가를 요구하려면 케이블망을 이용해 거둔 광고수익을 케이블TV와 배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계기로 케이블TV와 지상파 간의 저작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도 거세다. 아이디 '페타'는 "케이블이 재전송한다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손해본 게 있나. 오히려 이득본 거 아닌가"라며 "지상파 재전송이 중단되면 (지상파방송사들이) 집단소송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 '바람처럼'은 "시청자들이 (방송수신료를) 두 번 지불하는 이중징수도 문제"라며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케이블TV로 사용료를 징수하되 전기요금에 포함된 시청료는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