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졌다가 멈추고 다시 내리는 이상한 강우현상으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인천 등 일부 지역엔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서울 잠수교가 한때 교통통제됐으며 인천 강화(강우량 277㎜)와 경기 가평(214㎜) 등지에선 옹벽 붕괴와 도로 침수도 일어났다. 기상청은 13일까지 곳에 따라 50~100㎜의 비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서쪽에 형성된 기압골이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모으는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남부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 있고 중국 북서쪽엔 대륙고기압이 있어 중국 남부부터 서해상까지 긴 기압골이 형성됐다"며 "이 기압골을 따라 따뜻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 강한 비구름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상학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초가을에 장기간 내리는 비를 '2차 장마(가을장마)'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기상청은 "가을장마라는 개념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라며 "이번 비는 계절이 바뀔 때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의 힘겨루기로 발생한 산발적 집중호우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주말에도 서울 · 경기 · 강원 지방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