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려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불안한 시장 상황 때문에 적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IPO 리서치 업체인 르네상스캐피털의 집계를 인용,161개 기업이 IPO를 통해 56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7일 보도했다.이는 업체 수를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금액으론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처럼 많은 업체가 IPO를 준비 중인 것은 증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면서 새로 쏟아지는 주식 물량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저마다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고 투자자들도 주식보다 안정적인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반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얼어붙었던 주가가 작년 3월 저점을 찍은 뒤 올 4월까지 반등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130여개 업체가 IPO를 신청하는 등 IPO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다.하지만 유럽 채무 위기가 불거지고 BP의 원유 유출 사고와 미 증시 약세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데이비드 골드슈미트 변호사는 “주식시장은 2007년 8월 이후 사실상 ’침체‘를 지속해 왔다” 며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주식 매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닷컴’ 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에는 무려 237개 업체가 285억달러 규모의 IPO를 추진했지만 최근 상황은 당시와 상당히 다르다.씨티그룹 자본시장 담당 임원인 존 시리코는 “당시엔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나 기술을 위해 자금 조달을 추진했지만 최근 대기 중인 업체들은 검증된 사업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재정적인 신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르네상스 캐피털의 린다 킬리언 사장은 “이렇게 큰 규모의 과잉 공급을 본 적이 없다” 며 “문제는 시장이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