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보수적인 한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달 임원 및 간부 인사에서 54세 임원과 50세 지역본부장(국 · 실장급)을 발탁했다. 한은 지역본부장들의 평균 연령(55세)보다 낮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파격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김 총재는 조직개편과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에선 각종 행사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내놓는다. 한은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등의 자격으로 각종 국제 행사에서 이런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필요하다는 게 김 총재의 생각이다.

김 총재는 또 국제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8명의 직원을 영국 및 중국의 중앙은행,세계은행 등에 파견하기로 했다. 조직개편을 위해 지난 6월에 외부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 한은 내부에선 벌써부터 이런 저런 부서가 통 · 폐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김 총재는 금융환경이 바뀐 만큼 조직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가 모색하고 있는 한은의 변화 방향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체된 한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워 한국의 입지를 좀 더 탄탄히 할 수 있는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내부의 조직개편도 중요하지만,이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개혁'을 김 총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 수행'이다.

한은의 목표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에선 여전히 위기 상황인 만큼 나중에 논의하자고 했다. 이제 위기가 상당히 진정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김 총재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각종 행사 때마다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김 총재가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먼저 나설 사람은 없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