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내분사태'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을 면담하고 원만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해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의혹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20일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어서 경우에 따라선 조사 결과가 내분사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일교포 주주 기존 입장 고수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은 7일 입국해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로 라 회장을 방문했다. 정 이사는 이 자리에서 내분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뜻을 전달했다. 정 이사는 라 회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를 대표해서 왔다"며 "검찰수사 결과 발표 전에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지만 신 사장 해임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사장 해임안이 이사회에 상정될 경우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 이사 등 교포 사외이사 4명은 지난 3일 '검찰수사 결과 발표 전에 신 사장을 해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주들의 결의문에 동의했다.

그는 "라 회장으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을 주로 들었다"며 "이사회가 개최되면 교포 사외이사 4명 모두 참석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 회장,신 사장,이 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3명의 공동 퇴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검찰수사 결과 발표 전 신 사장 해임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이사회가 열리더라도 해임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사외이사 설득작업을 지속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 검찰 고소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신 사장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런 다음 이사들이 해임안이나 직무정지안을 상정할지를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실명제 위반의혹 현장조사 중"

김종창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AIM) 조찬 강연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라 회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장조사에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금감원의 조사 지연이 신한 사태를 유발했다'는 지적에 대해 "조사가 언제 끝날지 예상할 수 없지만 여러 상황에 개의치 않고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추석 전인 20일까지 조사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은 데 이어 지난주 검사역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과정 서류 검토 작업과 함께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면접 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라 회장이 개설한 차명계좌가 단일 계좌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계좌로 나뉘어 운영돼온 의혹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계좌가 개설된 과정이나 라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면밀히 검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 사장이 저와 잘 아는 분을 통해 '라 회장은 굉장히 훌륭한 분이고 오늘의 신한은행을 이뤄낸 사람'이라며 '박 대표가 (라 회장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 달라'고 세번인가 일종의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 회장 측이) 이제 와서 신 사장이 민주당에 제보해서 라 회장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형/강동균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