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훈풍에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종가 기준)를 경신했다. 프로그램 매매로 나흘 연속 '사자'가 유입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올려 1790선 돌파에 힘을 보탰다. 거래 부진으로 증시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수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는 9일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 및 개별종목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를 앞두고 매수차익 잔액이 크게 늘어난 점은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만기일 프로그램이 매도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선물가격이 반등할 경우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 연중 최고치 경신

코스피지수는 6일 12.40포인트(0.70%) 오른 1792.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나흘간 2.85% 상승해 지난달 3일 기록한 전 고점(종가 기준 1790.60)을 한 달 만에 넘겼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예상 외의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에 한동안 관망하던 외국인이 사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지난 3일 2376억원에 이어 이날 3356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78만원으로 2.50%(1만9000원) 올랐다. 씨티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외국계 창구로 오랜만에 '사자' 주문이 유입돼 최근 두 달 새 상승폭이 가장 컸다. 포스코가 닷새 만에 반등했고 현대차는 1.70% 오른 14만9500원으로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삼성생명(2.70%) 현대모비스(1.97%)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신을 비롯한 기관이 여지없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살아나 전 고점 돌파의 원동력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돼 대형주의 상승폭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로 1411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돼 최근 나흘간 프로그램 순매수가 1조61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매수 주체들의 눈치보기로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나마 프로그램 '사자'가 들어오면서 증시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일 부담될까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9일로 예정된 '네 마녀의 날'이 추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동시만기일 이후 6조7000억원 수준이던 매수차익 거래(주식 매수 · 선물 매도) 잔액이 9조2000억원대로 급증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6월 동시만기일 이후 유입된 외국인의 매수차익 잔액만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만기일에 이 물량이 일시에 청산(주식 매도 · 선물 매수)될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동시만기일 이후 삼성생명의 코스피200지수 특례 편입이 예정돼 있어 기존에 유입된 매수차익 잔액의 대규모 청산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선물 12월물 가격이 9월물보다 훨씬 낮은 상태여서 현물 매수와 함께 팔아놨던 선물을 롤오버(이월)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 연구원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선물가격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며 "삼성생명 특례 편입에 따른 인덱스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 수요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만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현물 수급이 개선돼 매물이 나와도 충분히 소화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특례 편입에 따라 만기일 전후로 인덱스펀드 자금이 삼성생명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 수혜도 기대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삼성생명은 2.70%(3000원) 오른 11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