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전당대회 룰 개정을 앞두고 '오월동주'식 제휴관계를 형성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내 최대 정적인 두 사람이 전당대회 룰 개정에 관해서는 이해를 같이하면서 정세균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손 고문과 정 전 대표가 '반 정동영' 공동전선을 구축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에서 영원한 적도,동지도 없다'는 얘기가 실감난다는 반응이다.

손 고문 측은 3일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인 2012년 총선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이끌어야 한다"며 당권 대권 분리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손 고문 측 대변인인 우제창 의원은 "이를 수용할 경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뽑는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국민여론조사 대신 당원여론조사를 반영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자격으로 총선을 치른 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게 손 고문의 의중이다.

이를 위해 정 고문 측이 주장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거를 통한 단일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는 정 전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 중인 최재성 백원우 등 당내 486 의원들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론조사 도입을 놓고도 손 · 정 고문은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손 고문 측은 최소 30% 국민여론조사 내지 당원여론조사를 주장하고 있으며 정 고문 측도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지도에서 두 사람에게 뒤지는 정 전 대표 측은 반대 입장이다. 예상을 깬 손 · 정 제휴는 최근 선정이 완료된 지역위원장 비중이 정 전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에서다. 240여개 지역위원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정 전 대표 측 인사들로 채워져 현행 대의원 투표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내 486 모임인 '삼수회'가 정 전 대표 지원을 공개 천명한 것도 손 · 정 고문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통해 '비 손학규,반 정동영'을 외치는 486 인사들을 견제하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